시청률로 먹고 사는 방송사에서 제대로 된 진짜 뉴스를 방송하기컨셉을 들으면 어떤 에피소드와 캐릭터들이 등장할지 뻔하지 않은가? 그렇다. 뉴스룸은 그 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뻔함을 이렇게 매력적이고 울림이 있게 만드는 것은 분명 예사롭지 않은 내공이다.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는 것이 쉬울 것도 같지만 매일 같이 먹는 밥을 먹으며 감동을 느끼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야기의 신. 아론소킨의 힘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아론소킨은 항상 이상적인 이야기를 해왔던 것 같다. 정의, 도덕, 진보와 같은 이상적인 이야기들 말이다. 이 이야기들은 보편타당한 정서를 자극해 감동으로 귀결되는 덕목이지만 잘못하면 진부하고 지루한 이야기가 될 가능성 또한 높다. 그럼에도 아론소킨은 탁월한 대사와 캐릭터, 네러티브의 구성으로 기어이 그 감동을 선사한다.

나이가 들어서 적당히 현실적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정의나 도덕 진보와 같은 이상적인 개념들은 삶과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것들이 되어 버렸다. 또 그 이상들은 꿈과도 맞닿은 말이지만 과거처럼 온전히 꿈꾸는 것 또한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이상과 꿈에 열등감과 부채감을 느끼며 체념하면서 살아간다. 그런 우리에게 아론소킨의 이상과 꿈이라는 돌직구는 너무 강력한 한방이다.

진짜 뉴스라는 가치를 위해서 비전을 제시하는 찰리, 실제 그 비전을 구현 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윌, 실행의 동인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맥켄지, 그리고 나약할 때도 있고 결점도 많지만 충실하게 실행하는 짐과 매기 등. 시작부터 부조화스럽지만 따지고 보면 최고의 팀이 바로 이들이다. 무엇보다 이들을 강력한 동질감으로 묶어주는 진짜 뉴스라는 비전이 가장 강력한 힘이다. 실제 완벽한 캐릭터들이 모인 최고의 팀 같지만 아론소킨은 영리하게도 이들의 결점과 사연을 보여주는데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고집불통 영감 같은 찰리, 완벽해 보이지만 다혈질에 지나간 사랑에 전전긍긍하는 윌. 윌이라는 과거에 얽매여 사는 맥킨지, 연애센스나 사회성이 어딘지 부족한 팀 구성원들 보통의 시각으로 봐도 이들은 다 모자라 보인다. 그렇기에 이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실수하고 성장하고 결국 진짜 뉴스를 실현해 가는 과정이 더욱 감동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뒤죽박죽 러브라인 다 들어내고 뉴스 이야기만 가자는 시청자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뉴스룸의 메시지도 희석될 것 같다.

6회였던가? 피랍된 통신원을 빼내기 위해 윌이 지불한 돈을 팀원들이 줄을 서서 갖고 들어오는 장면(이 장면은 그 회 초반에 윌이 가장 감동스럽다고 한 영화의 장면에 대한 오마쥬 같은 씬이다) 마지막 10회 엔딩에서 윌이 맥킨지에게 남긴 음성메시지를 TMI 기자가 삭제하는 장면들은 극적 구성이 정말 탁월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아론소킨은 어느 시점에서 이야기를 모아주고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요즘 개인적인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다 보니 이렇게 이상적인 꿈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감동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던 드라마였다.

이제 웨스트윙으로 달려야겠지.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