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슬럼버

2018. 3. 12. 00:29 from 현재의 영화이야기


영화는 물론 보편타당한 정서에 기반을 두지만 그 해석에 있어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지식에 기대게 된다. 그래서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 누군가 쓰레기라고 평가하는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는 인생작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가끔 나에게도 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가슴에 들어차는 영화가 있다. 뜬금없게도 이 영화가 그렇다. 


주인공 건우는 자신을 복제한 성형외과 의사들 쫓다가 우연히 TV 속 아버지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 꿋꿋하게 자신의 아들인 건우는 그 일을 벌이지 않았음을 괴팍하게 주장을 하다 화면을 향해 자식의 안녕을 고하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 또한 그냥 무너지고 말았다. 그 순간 18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오버랩 되며 더 이상 영화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오열하고 말았다. 이제는 잊었다. 그 슬픔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난 그에게서 하나도 자유롭지 않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제 아버지가 되어 버린 지금 저 만큼의 신뢰를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갖고 있는가?라는 자책도 더해졌다. 


만약 이 장면이 없었다면 난 이 영화를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평가했을 것이고 그렇게 잊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영화는 솔직히 형편이 없다. 엄밀하게 이 장면조차도 전체적인 구성에서 보면 모두들 작위적이고 오그라드는 대표적인 설정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난 이 장면 하나로 이 영화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그 장면 딱 하나 때문이다. 


예전에 맨오브스틸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클락을 제지하는 지구인 아버지 조나단의 모습과도 같이 아버지가 등장하는 이런 장면에서는 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처음 본 영화 빌리엘리어트에서 파업을 포기하고 복귀하는 아버지를 보고 그 많은 사람들 중 나만 오열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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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