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콜

2018. 4. 11. 00:16 from 현재의 영화이야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한줄기 남아있던 자본주의에 대한 희망은 송두리째 사라져버린다. 자본 앞에서 정의도 고객도 가족도 없다. 타인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자 생존이고 나의 생존 앞에 모든 것은 정당화된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정의를 이야기했던 샘 로저스, 에릭데일 조차도 결국 다를 것이 하나 없는 군상들이다. 영화의 마지막 전처의 마당에 자신이 키우던 개를 묻던 샘의 모습은 그래서 처연하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어쩌면 자본주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경고일지 모른다. 극단으로 치닫는 자본주의라는 선택된 시스템을 제어하고 견제할 대안이 필요하다. 그것이 없다면 상위 몇 %를 제외하고는 아마 기본적인 삶의 기본권조차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그 대안이 국가와 정치일 것이다. 끊임없이 국가는 정치와 진보된 법을 통해 자본주의가 유일한 진리가 되는 세상을 견제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위기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유일한 교훈이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과 인물을 토대로 이렇게 서늘하게 자본주의를 정통으로 다뤄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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