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어찌보면 현실의 힘의 구조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큐 처럼 건조한 리얼이기 보다는 조금은 오버한 그럴 듯한 리얼이기 때문에 조금 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살릴 수 있었지 않나 싶다. 그러면서도 개연성에 대한 당위성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대사와 캐릭터에서 오고 있는 것 같다. 워낙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이 잘 살리고 있기도 하고...
부당거래는 뻔하게 주인공의 파멸로 이야기를 끝낸다. 작은 욕심을 위해서 권력에 헌신하지만 그렇게 바라던 것을 얻는 순간 소중한 모든 것을 잃는... 아마도 이것이 기저에 숨겨졌 있지만 현실의 우리 모습과 비슷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지점이라고도 생각한다. 최철기로 분한 황정민은 자신의 능력하나로 광역수사대 팀장을 노리지만(그에 맞는 실적, 역량을 갖고 있지만) 전통적인 권력의 요소인 학연앞에서 좌절한다. 그런 그에게 권력은 꽤 매력적인 제안을 하고 결국 그 또한 그 권력, 기득권안에 들어서기 위해 헌신하고 그 댓가로 약속된 것을 얻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는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그 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기득권은 다소 불편은 하지만 그들의 권력을 잃지 않고 유지한다. 최철기는 그냥 그 당시에 위기를 몸빵해 줄 도구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팀원들에게 배신을 당하는데(물론 그가 배신한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욕심의 일부분은 그 팀원들의 행복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개인적으로는 좀 느끼는 것이 많은데 욕심과 목표를 쟁취하는 것은 일견 열정적이고, 건강한 것이지만 그것이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들과의 신뢰의 고리를 깨야 하는 것이라면, 설령 신뢰하는 사람에게 현실적인 이득을 주는 것이라도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목표를 이룬 그 순간에 더 이상 자신을 신뢰하는 조력자들은 없을테고, 하나를 얻은 뒤에는 백가지를 잃는 것의 시작일테니까.
부당거래는 이야기가 너무 독해서 씁쓸하지만 참 튼실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류승완 감독의 다음 작품이 더 기대가 된다.
'현재의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퍼에이트: 넌 원래 이런 녀석이었잖아. (0) | 2011.07.06 |
---|---|
임장, 종신 검시관 (0) | 2011.05.17 |
워킹데드-관계와 갈등의 드라마 (0) | 2011.02.15 |
시라노연애조작단-소재는 주제를 이야기 하기 위한 도구 (0) | 2011.02.09 |
더 퍼시픽- 형만한 아우 없지. (0) | 2011.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