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생의 많은 것을 꿈꾸고 있는 20대다. 그래서 다가올 미래가 핑크 빛이 되기를 바라고 그런 핑크 빛을 꿈꾼다. 하지만 내가 40대가 되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 안정이라는 곳에 안착하고 있을 때 난 과연 행복할까? 혹시 그 모든 일상이 지루한 하나의 과정이 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이 시대의 사람들은 안정이라는 이름의 지루함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듯하다. 셀 위 댄스는 이 화두에서 시작한다.

 

중년의 바람이라주인공의 처음 시작은 그렇다. 안정이라는 것은 평온하지만 역시 지루한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아마도 무엇인가를 설레이고 싶은 그 무엇인가를 찾았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창 밖을 슬픈 눈빛으로 응시하는 여인의 모습은 역시 끌리는 대상이다. 하지만 그는 역시 이 시대 평범한 아버지답게 어쩌지는(?) 못한다. 용기를 내어 그냥 댄스 교습을 시작할 뿐이다. 그것도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하여 개인 교습이 아니라 단체 교습으로그리고 차츰 댄스가 좋아지고 여인에 대한 감정도 풀어나가게 된다. 그런 그의 모습은 경쟁과 목표의 달성이라는 것에 심취되어 있는 여인까지도 바꾸어나간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불안한 20대의 삶을 살아가는 난 어쩌면 안정을 꿈꾸는지 모른다. 하지만 역시나 그런 안정은 지루함과 안주함에 대한 회의를 동반한다. 더불어 삶에 대한 계획을 빼곡하게 다이어리에 적어두고 하나씩 하나씩 지워가는 것도 그리 잘 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댄스를 댄스 자체로 즐기는 것처럼 삶도 자신의 삶에 감사하며 매일을 즐기듯이 살아가는 것이 정말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 않을까?-물론 그렇게 살다가는 척박한 이 세상에서 도퇴될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원초의 그 즐거움 목적의식에 사로잡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어쩔 수없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생은 자신의 감정으로 진솔하게 느끼고 즐기면서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라고 말한다. 그 말에 당신이 보기에 삶이 그렇던가 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우리가 사는 삶이 그렇지는 않지만 자신의 마음까지 그렇게 규정 짓고 살 필요는 절대 없으니까.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은 아마도 생이 철저하게 짜여진 그들의 마음을 자극했음일 것이다.

 

사교댄스라는 조금은 사회에서 냉대 받고 색안경을 끼고 있는 소재를 이야기함은 생의 정수를 느끼려 하는 시도는 당연하게 조금은 용기를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모르나 역시나 재미있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동료는 시종일관 웃음을 멈추지 않게 하며 곳곳에 깔아놓은 에피소드들 또한 그렇다. 그런 재미들을 깔아놓고 그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다양한 캐릭터와 절묘한 일상에 대한 웃음은 영화의 힘이다. 셀 위 댄스를 통해서 사교댄스붐이 분 것을 조금은 이해가 안된다. 영화에서는 댄스를 추자고 말하는 것이 아닌 듯 한데 말이다.

2000년 9월 17일에 쓴 글: 지금보다 인생을 더 멋지게 받아들이고 있잖아. 난 별로 진보하지 않았군.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