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난 월요일은 회사 창립기념일 휴가고 와이프님 출근, 첫째 등교, 둘째 등원이니 오직 나만의 휴가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할까? 영화를 내리 2편 정도 때려줄까? 플레이스테이션 타이틀을 하나 시작해 볼까? 기대에 잔뜩 부풀었지만 초등학교가 월요일까지 쉰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 첫째뿐만 아니라 같은 초등학생인 조카까지..... 첫째 오전에 학원 보내고  조카 학원 숙제 시키고 같이 첫째 데리러 가서 점심 먹고 조카 학원 시간까지 무엇을 할까 하다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만의 선택이라면 이 영화를 선택할 일은 없었음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나쁜 녀석들" "타짜"를 이 녀석들과 볼 수는 없으니... 

 

그래도 나름 기대를 했지만(이러한 콘셉의 영화는 적어도 공식화된 기대가 있다.) 그 기대를 산산조각 내는 만듦새에 허탈했다. "이계벽 감독" 전작 "럭키"를 보지 못했지만 평이 좋았던 것으로 아는데 이 결과물은 무엇인가? 캐릭터, 이야기, 상황, 대사 모든 것이 다 과잉되어 웃음은커녕 어색하고 불편해서 앉아있기가 힘들 정도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라는 슬픈 현실을 담아냈다는 의미가 무색해질 정도로 너무 안이한 접근이 아닌가 싶다. 첫째 왈 "소재는 좋은 것 같은데 연출을 너무 못한 것 같아." 초등학교 6학년의 평이 정확하다.

 

한때 "차승원"의 코믹 연기는 그 완벽한 외모와 몸과는 상반되는 이질적인 톤에서 오는 아이러니로 꽤 먹혔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언제적인가? 현시점에서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접근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영화 자체도 "차승원"의 개인플레이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 또한 과오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아빠와 딸, 그리고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개별 에피소드 또는 특정 대사들은 자꾸 가슴에 박힌다.  눈물 많아지는 나이에 들어선 나는 그때마다 자꾸만 울컥했다. 그때 옆에서 들리는 첫째와 조카의 목소리 "누나 너무 유치하지 않아?" "감동을 강요하는 것 같은데" 맺힌 눈물이 오늘따라 더 창피하다. 

 

누구나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차별성이나 새로움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식화된 딱 기대한 웃음과 감동이 있어야 하는데 그 마저도 실종된 영화가 안타깝다. 무엇보다 상업, 코미디 영화이지만 어느 덧 많이 잊혀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라는 현실을 용기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응원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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