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

2009. 5. 20. 22:00 from 과거의 영화이야기

아나키스트
감독 유영식 (2000 / 한국)
출연 장동건, 정준호, 김상중, 이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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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산처럼 무겁고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오늘 아나키스트가 개봉을 했다. 그래서 봤다. 난 예전 1900년대 초반이 좋다. 말쑥하게 입은 정장과 중절모 담배연기 여러 정치적 상황의 암울함과 여러 사상과 이상의 혼동속에서 방황하고 그리고 고민하고 개인이 아니라 시대와 민족을... ... 그것이 좋다. 과연 내가 그 당시에 태어났더라면 시대를 위해 싸웠는지 모르지만 아나키스트는 그런 그들의 이야기다. 한껏 멋을 부린 보기좋게 낭만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난 멋있어서 그들의 모습이 멋있어서 정말 어디가서 온 몸에 총을 맞아 붉은 선혈을 흐뿌리고 싶었다. 아직도 내가 유아기적 사고에서 못 벗어났는지 몰라도 말이다.



난 운동을 했었다. 그리고 한때는 변혁의 중심에 내가 있다고 믿었고 시대와 민중을 위해 내가 살아가는 것이 지성인의 몫이 아닌가 소주까고 울면서 얘기한적도 있다. 그렇지만 여러 방법론적인 부분에서 내가 실망했고 나 자신도 내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 여러 평범한(?) 학우들과 다를바 없었다. 그리고 더 보수적이고 깨이지 못한 모습들에서 침을 뱉고 한 일년을 영화와 여자친구에 집착하다가 군대를 갔다. 내가 군에 간 동안 내 동기 여자녀석은 학부 부학생회장이 되었고 내 동기녀석은 경상대 학생회장이 되었다. 그 당시에 난 이론의 충돌과 보수적인 세력과 그다지 다른 방법을 쓰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봤다. 그 모습들이 아니키스트에 있었다. 그래서 좀 서글퍼졌다. 난 어쩌면 도망친 것 인지도 모른다... ...

영화얘기로 돌아가야겠다. 영화는 멋있다. 잘생기고 멋진 남자들과 우정 멋지게 찍은 액션씬... ... 장동건을 사랑하지 않을 이가 있을까? 멋있는데 너무 일찍 죽었다. 물론 우정이라는 연대가 너무 작위적이고 중심인물인 이한이 너무 밑밑하게 그려지고는 있지만 멋있게 찍힌 영화다.


 

 

20004 30일에 쓴 글. 마치 시대의 지식인인 척 하는 모습에 손발이 다 오그라드네. 그래도 순순했던 것인가?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