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감독 스티븐 달드리 (2008 / 독일, 미국)
출연 케이트 윈슬렛, 랄프 파인즈, 데이빗 크로스, 알렉산드라 마리아 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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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라는 정보 하나 만을 갖고 보게 된 영화였다. 영화가 중반으로 넘어갈 때까지만 해도 이성에 들뜬 성장기 소년의 사랑을 독특하게 풀어나간 영화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이후 소년이 성인(대학생)이 되고 과거 사랑했던 여자가 아우슈비츠 사건과 연관되면서 영화는 대단히 정치적인,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성찰을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한나는 전쟁의 주범이었던 1세대를, 마이클은 그 1세대를 어떤 식으로든 정의해야 하는 2세대, 마이클의 딸은 그 모든 것이 그저 과거의 사건은 3세대를 상징한다 보여진다. 과거 아우슈비츠 관련 사건들을 휴머니즘적 관점 혹은 다른 인종, 국가의 시각으로 그린 영화들이 많았지만 이 영화는 어쩌면 독일인의 시각에서 그리고 죄를 저질렀던 당사자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했지만, 이해해야 했지만(어쩌면 그들이 저질렀던 모든 범죄는 무지에 기인한, 단순한 의무였을지도 모르므로) 용기도 없고 갈등해야 했던 그래서 막연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갈등이 잘 드러난다. 아마도 그런 갈등은 성장기 처음 사랑을 느꼈던 대상에 대한 애정과 이성에 대한 동경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고, 그것이 나중 처연한 감정을 극대화하고 있다.

 

영화는 많은 화두들을 던진다. 철저하게 인권이 유린된 채 죽어간 유태인의 모습과 잘못되었지만 그것이 당연한 룰이었던, 의무였던 시대를 살아갔던 가해자인 사람들과 그들을 재단하는 혹은 규정하는 법률의 의미. 그리고 그 안에서 역사의 소산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했던 후세들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영화는 명쾌한 해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가슴속에 숨겨 두었던 은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어쩌면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모르지만 영화 속에서 한나가 글을 모른다는 것은 그들이 무지했음을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무지했기에 그들이 하고 있는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고, 의무 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는지 몰랐다. 그걸 알면서도 후세들은 면죄할 수 없었고 때늦은 그들의 무지를 변화시키고자 하지만 또한 그들이 원했던 것은 그냥 이해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더 많은 질문들을 던지게 하는 영화였다. 원작을 읽어봐야 조금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다.

(케이트윈슬렛이 이렇게 다름다웠고 매력적이었던가 싶다. 어쩌면 그래서 그녀의 늙은 모습이 더 안타까웠는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