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를 보고 한국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감독이 있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의 차기작이 참 궁금했다. 물론 그 동안 연출작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옴니버스 형태이거나 정식 극장 개봉작들이 아니어서 참 보기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화이는 10년만의 제대로 된 장준환 감독의 차기작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화이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조금 의외였다. 지구를 지켜라 보다 소재도, 장르도 평범하다고 할까? 그런데 개봉하고 보니 정통 장르 영화에 있어서도 꽤 튼실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괴물로 대변되는 상상력, 나름의 메시지까지 장준환 감독의 차별점도 잘 녹여냈다. 


유괴범들이 키워낸 유괴한 아들이라는 설정부터 꽤 흥미로운 것이 사실이고 아빠라는 이 캐릭터들이 큰 영화의 재미를 선사한다. 성격과 기술(?)이 다른 아빠들 그리고 대결. 성장영화라고 보기에는 꽤 파격이고 액션이라는 흥행코드를 집어 넣기에도 탁월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수준급이다. 


그렇다고 화이는 단순 장르영화, 오락영화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설령 그것이 대상에 대한 애정이라고 해도 뒤틀린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으며, 결국 가장 사랑했던 대상에 의한 폭력으로 응징될 것이다 라는 메시지를 잘 담아내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좁은 해석도 역사상의 권력자에 대한 넓은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뤄낸 전/현 권력자들에 대한 메시지로 치환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재개발 현장의 등장, 건설이 완료된 커팅식에서의 화이의 저격 장면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장르적 재미와 함께 작가적 메시지를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 화이는 참 잘 만든 영화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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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