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만년 역사라는 유구한 시간을 자랑하는 한 민족이라... 돌아서 생각해보면 어느 나라인들 자국의 역사에 자랑스러워 할 이유를 적어도 한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 그런 지나간 역사의 한 자락에 기대어 자신의 몸에 흐르는 피를 너무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것은 비단 타국의 예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가 항상 찬란한 광채를 뿜으며 지내온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의 식민지였던 시절도 있으며 전쟁의 포화속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외국인을 신의 메신저 쯤으로 여겼던 시절도 있었다. 동족상잔의 비극 위에서, 피폐하고 처절한 삶의 구렁텅이에서,목숨의 부지가 절대절명의 과업이었기도 하다. 아름다운 시절은 그 6.25의 끝자락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이야기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심사를 괴롭혔던 것은 철저히 자기 마음데로 시종일관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 였으며 더불어 누가 누구 인지도 모를 정도의 점연출(?)을 고수한 영상이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빈약한 영화 지식으로는 롱테이크는 다큐멘터리식의 리얼리즘을 극대화 시키고 사물과 사건을 객관화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 ! 그 당시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우리의 감정이 이입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겠지. 하지만 왠지 뭐가 좀 석연치가 않다. 질곡의 역사를 다루기 위한 것이라면 영상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며 역사의 아픔에 치를 떨어야 할 것 같은데 지난간 내 시골 동네 살던 시절 풍경과 어린 시절의 운동회를 바보같이 떠올리고 있었다. 앞 뒤가 좀 바뀐 것은 아닌지... 이광모 감독이 말하려는 것은 분명 그 시대 한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싶은 것은 아닐진데 말이다. 그렇다면 그는 그의 메세지를 전하기 위한 올바른 형식의 차용에 실패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뭐 그것을 전설하신 사부님이나 다니엘님의 의견처럼 고상한 작가주의의 어설픈 흉내라고 보지는 못했다. 난 그 보다는 그러한 형식의 사용의 의미를 두고두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한 줄기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역사를 한 개인과 한 작은 조직을 관통하고 있는 역사를 올바르게 바라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누가 누구인지를 분간하려고,영화속 등장인물의 대사를 알아듣기 위해서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처럼 치열해야 함을 이야기 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난 아름다운 시절을 보면서 그러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관객을 그리 힘들게 한 것은 아닐까?


 

이광모 감독을 작가주의 흉내나 내는 감독쯤으로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솔직히 작가주의 영화는 어떠해야 한다는 나름의 보관도 없으려니와 난 아름다운 시절을 보고 난 후 한 동안 시대의 역사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혹 누구는 아름다운,서정적인 화면만을 펼쳐보이고 극단적 롱테이크를 사용한다고 그 시대의 아픔과 비극을 담아낼 수 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난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안쓰러웠으며 개인과 한 아름다운 시골을 싸안고 있는 한국의 지나간 역사가 가슴 아팠다. 등장인물들의 일상은 어쩌면 그 아름다운 배경을 뒤로 하고 있기에 더욱 슬프게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족:예전에 새벽 12시던가? 배유정의 영화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주로 영웅본색류의 음악이 나오면 녹음해서 두고두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난 배유정의 열혈팬이었다. 그런데 아름다운 시절에서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슬펐다. 조금은...

2000년 9월 28일에 쓴 글: 당시에 절대 내공의 보니꾼 여러 회원님들에게 많이 배웠던 것 같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