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첫 경험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나에게 영화와의 첫 만남에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영화가 몇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스타워즈였다.광할한 우주 위로 레이저광선을 쏘아대며 비행하는 우주선과 장대한 음악 사이로 펼쳐지는 함선의 무리, 그리고 꿈에서도 잊을 수 없는 제다이, 바람을 가르는 라이트세이버, 이름만으로도 각별한 느낌을 갖게 하는 루크 스카이워커, 캡틴 솔로, 다스베이더, 오비완... 그렇다. 난 스타워즈를 통해서 영화가 이다지도 매력적이고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된 첫 경험이 나에게는 스타워즈였고 그래서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아니 아마 살아있는 나날에는 계속 나의 의식의 한자락에서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처음 스타워즈를 보고 난 한동안 형광등을 이리저리 돌러대며 이 세상에 제다이 기사단이 있다면 기필코 가입하리라 마음을 먹었으며 스타워즈가 잘 알지는 못하는 친구들과 제다이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만들어 방광후에 심신단련을 하고는 했다. 그리고 문방구를 줘다 뒤져 x-wing과 밀레니엄 팰콘호를 찾아내 조립해 놓고 연신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세월이 지나 이제 그런 유치한 행동들로 스타워즈에 대한 나의 애정을 피력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나는 스타워즈가 개봉할 때마다 지나간 시리즈의 비디오를 전부 빌려 다시 보고 영화관을 찾으며, 스타워즈의 관람을 거의 반강제로 주위 사람에게 독려하고는 한다. 예전에 동대문에 갔을 때 광선포와 안테나가 움직이는 30만원 가까이 되는 밀레니엄 팰콘호를 보고 한 일주일을 고민하기도 했다.이런 나를 보면 조지 루카스는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스타워즈제국의 충성도 강한 제국민일테니 말이다.물론 이제 나이가 차서 바라보는 스타워즈는 나름대로 성장한 나의 의식과는 거리가 멀기도 하고 이분법의 세계관과 미국의 프론티어리즘이 넘쳐나 조금 꺼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워즈에 벗어나기에는 스타워즈의 세계는 이미 나에게는 이상적인 환타지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 스타워즈는 이제 영화적 잣대로서 분석하고 제단하는 수준을 벗어나버렸다. 스타워즈를 두고 그 안의 메세지와 영화적 기법, 전체적인 극의 구성을 두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스타워즈는 이제 하나의 강력한 카니발리즘으로 덥힌 축제가 되었으며 영화상 가장 강력한 브랜드아이덴티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막강한 프랜차이즈 제품은 앞으로도 영원히 전 세계를 점령할 것이고 가공할 포스의 힘 앞에 점점 제국민들은 늘어날 것이다.

 

처음 디지털로 보정된 스타워즈 에피소드가 전 세계에 재개봉되었을 때, 우리는 이 사실을 목격했다. 디지털로 보정을 하고 몇 장면을 추가했다고는 하지만 삼부작 공히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스타워즈-제다이의 귀환-이 개봉되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자리잡은 스타워즈 제국민들은 마지막 작품을 보면서도 내내 아쉬웠을 것이다. 이제 다시 새로운 스타워즈의 환타지의 세계를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워즈는 에피소드 4,5,6편으로 돌아왔고 새로운 3개의 이야기가 있음을 전 세계에 공포했다. 어찌 기쁘지 않을 것인가? 세번이나 우리는 다시 환타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기로 조지 루카스는 처음 12편까지 스타워즈의 각본을 완성했다고 들었다. 그후 현실적인 여건상 다시 9부작으로 재구성했지만 이 각본을 어느 영화사도 선택하려고 하지 않았고 간신히 제작을 결정한 제작사도 전체 편수 중에서 4편을 제작하라고 했다고 한다. 별 수 없이 루카스는 4편부터 작업을 했고 그 결과 우리는 시간의 연대를 거꾸로 보게 되었으면 그것이 더욱 방대한 이 영화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나보면 스타워즈가 이렇게도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당연 첫번째였다는 점이다. 이전의 어느 영화에서도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이다지 멋진 비주얼을 창조해내지도 않았으며, 멋진 캐릭터를 갖고 있지도 못했고, 과거의 역사와 미래가 혼재된 세계관, 동양적인 무사도와 서양의 기사도가 합체된 듯한 제다이라는 정신적인 집단을 창출해내지도 못했다. 더구나 인간적인 절대적 화두인 선과 악의 속성을 함께 지닌 포스라는 매력적인 정신체계 혹은 권력체계를 선보이지도 못했다. 그 창의성에서 당연 스타워즈는 최초였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타워즈를 넘어서는 SF물은 현재까지도 없다. 고작해야 터미네이터 정도가 될까? 물론 기념비적인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있기는 했지만 이는 SF물이라기 보다는 SF를 빌어와 인간의 역사를 사유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차원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절대로 엔터테인먼트 적인 영화가 아니었다. 이 처럼 스타워즈는 최초이자 마지막인 SF의 성전을 만들었고 그 성전에 경도된 이들은 스타워즈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면 기꺼이 제국민이 되길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16년을 기다려 새롭게 등장한 에피소드1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여전히 테크놀로지는 시선을 압박하고 있었지만 극의 전개는 삼류 수준이였다. 특히 마지막 나부행성에서의 전투장면은 거의 코미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를 깍아내릴 수 없었던 점은 단순한 이야기 즉, 다스베이더인 아나킨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 오비완의 청년시절 모습, 루크의 어머니인 아미달라를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또한 이전의 세 편의 스타워즈가 창조한 환타지와 충성도에 기댄 것이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가 새롭게 스타워즈가 이룩한 환타지의 세계로 진입하겠다고 선언한 이후에 에프소드2는 개봉이 되었다. 적어도 에피소드2는 에피소드1 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여전이 에피소드2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 아미달라와 아나킨이 서로에게 애정을 갖는 설정과 아나킨이 서서히 포스의 악한면에 빠져들어가는 과정-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비슷한 오비완에 대한 애정과 미움, 그의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비애-은 당위성도 절실함도 부족했다. 하지만 에피소드2는 가장 멋진 비주얼을 선사했던 에피소드5를 능가한다. 원형경기장 비슷한 곳에서의 제다이들의 집단적인 라이트세이버의 현란함과 그 이후의 클론 부대의 전투, 두쿠와 요다의 대결 등 이 영화의 비주얼은 정말 압권이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스타워즈 에피소드 시리즈는 이전 작품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루카스가 상당히 고민했음을 이해한다. 미래의 캐릭터들과 미래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지금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새롭게 창조하는 어렵다. 그는 시간을 거꾸로 쓰고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그가 창조한 스타워즈 제국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에피소드2는 조금은 기대수준에 맞추기 위해 고심한 느낌을 받게 한다.

 


이제 스타워즈의 2세대를 넘는 시간은 마지막 한번의 이야기를 남겨두고 있다. 에피소드3는 스타워즈 사상 가장 암울한 이야기를 다룰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아나킨과 오비완을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눌 것이며, 아나킨은 육신을 잃고 기계몸으로 된 다이베이더가 될 것이고, 아미달라는 루크와 레이아를 낳고 죽음을 맞을 것이며, 제다이 기사단은 이제 추억의 이름이 될 것이다. 에피소드2를 본 지금 2005년에나 개봉하는 에피소드3를 다시 애절하게 기다리는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스타워즈는 아마 영화상 가장 높은 충성도를 가진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이전에 많던 시리즈 영화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 스타워즈와 같이 현재에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되도 어필 할 수 있는 영화는 제작이 결정된 인디아나 존스와 터미네이터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난 나탈리 포트먼을 조디 포스터의 뒤를 이은 베스트로 올려 놓았다.^^

2002년 7월 21일에 쓴 글: 스타워즈는 평가 할 수가 없다. 나에게는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