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감독 박광수 (1995 / 한국)
출연 문성근, 홍경인, 임일찬, 이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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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때 아침 보충 수업을 늦게 들어가다 교련 선생님에게 걸리고 운동장을 20바퀴던가? 돌고 화장실에 숨어 담배 하나 몰래 피고 땀에 절어 들어간 수업 시간에 내 옆에 앉아있던 녀석은 이상한 책을 읽고 있었다. 전태일 평전. 새로 나온 논술 책인가? 하고 무심히 넘겼던 기억이 난다.

고딩 때 친한 친구 녀석이 대학교 형들이랑 사회과학 서적 읽으며 데모를 하러 다녀서 녀석을 술먹고 정신 차리라고 학교 앞 호수가에서 한 대 치던 때의 그 녀석도 전태일처럼 살 거라고 했다.

 

그러던 내가 대학이라는 공간에 몸을 싣고 하루가 멀다하고 술에 절어 지내던 나는 언제던가 '전태일'이란 사람의 이름을 들었다. 뭐지? 누구길래 왜 전태일을 말하는 형들의 얼굴에는 슬픔과 비장감이 감도는 것일까? 누구일까? 곧 나는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했던 사람인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밤에 학교 본관 앞 잔디 밭에 앉아 한없이 울었었다. 그 당시 난 전태일이 두려웠다. 왜 두려웠던가? 난 전태일 보다 많은 것을 가졌고 대학이라는 곳도 다니고 더욱 건강한 나는 전태일 처럼 살 수가 없었기에 그랬기에 나는 두려워 졌다. 그를 피하고 싶었다. 내 자신이 그렇게도 미워졌던 적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보러가자는 동기 녀석이 찾아 왔다. 난 가지 않았다.

눈물을 보일 것만 같아서... ... 그렇지만 그 날 밤 학교 앞 비디오 방에서 난 그 영화를 봤다.  혼자서 영화의 구성이 어떻고 연출이 어떻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전태일이 그 전태일이 거기 내 눈앞에 있었다. 그를 난 노동운동가 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은 사람답게 만들고 싶었던 평범한 청년이라고 말하고 싶다. 밤길을 혼자 집으로 걸어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와 세상과 내 욕심과 그리고 전태일... ... 그리고 시간은 지났고 지금의 나는 그 때의 순수한 감정도 많이 퇴색했지만 온몸에 신나를 뿌리고 사라졌던 그 처럼 살 수는 없을지나 난 빚을 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조금은 바꾼 이 세상에 내가 살고 있으니까...

 

이 영화가 나에게는 특별하다. 적어도 세상 사람들에게 전태일이라는 사람이 살았음을 알렸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난 만족한다.



 

이 글을 찾아서 읽디가 턱하고 숨이 막혔다. 너무나 절절했던 그 기억과 감정들을 이제는 너무 잊고 살아서... 이제는 오직 나 자신만 생각하고 사는 모습이 부끄러워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나에게는 한없이 나를 부끄럽게 하는 영화다. 2000 5 24일에 쓴 글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