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가? 늦은 밤에 방영해 준 백투더퓨처 1편을 몰입해서 보고 난 이후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후 막연하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시작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우등생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학교에서 소위 잘 나가는 부류도 아니었던 그래서 아주 모호한 정체성으로 고민하던 시절에 비디오샵에 꼽혀 있던 영화들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연극영화과를 고려했지만 어린 나이에도 인생이 고달퍼질 것 같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어 결국 아주 현실적인 경영학을 선택했다.

 

적성에 맞았던 경영학과의 공부(물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와 영화와의 접점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되었고 결국 영화기획이나 마케팅에 뜻을 두게 되었다. 결국 나름 당시 잘 나간다고 하는 기획사에서 1달 동안 일을 해보고 박봉과 주먹구구식 그리고 역시 영화는 감독이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고 영화 향유자로서의 삶으로 전향하게 되었다.(비겁하게도)


 


그리고 보니-꾼이라는 영화 동호회

당시만 해도 나의 영화적 시각은 오직 상업, 헐리우드 영화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무일푼으로 자신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났던 형님, 전도유망한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독립영화카메라를 잡고 있는 형님,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한 감독과 영화들을 소개해 준 많은 분들은 나를 새로운 영화의 세계로 인도해 주었다. 그렇게 한 2년 동안 참 열심히 몰입했다. 공간과 사람과 이야기에한 때 인생의 가장 소중한 공간이었던 그 공간도 사회라고 하는 치열한 무대 위에 서게 되면서,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인생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숨가쁘게 달리면서 점점 신경을 못쓰게 되어 버렸다. 미안하고 그리운 영화 친구들..

 

인생에서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 생겨나면서는 영화와 극장은 어느 덧 추억 속의 단어가 되어 버렸고, 요즘 어떤 영화들이 개봉되는지 찾아봐야 알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간혹 보게 되는 영화는 사색을 하고 인생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는 영화보다는 몇 시간 몰입해서 현실의 고민을 잊게 해주는 말초적인 영화들이 되어 버렸고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어가면서, 나보다는 조직과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야 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내 그리웠던 것은 영화를 읽고,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보던 그 느낌들이었다. 그 느낌들을 다시 찾을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나간 나의 영화이야기와 앞으로 쌓아나갈 영화이야기를 정리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익숙한 블로그를 통해서



 
나이가 들면 난 삶에 대한 가치관이 더 확고해지고 삶에 대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많이 찾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가치관은 더 모호해지고 질문은 더 늘어나는 것 같다. 그 혼동의 과정에서 영화가 작은 삶의 비타민, 참고자료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