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영화 감독 중 가장 밸런스가 좋은 감독을 꼽으라면 봉준호 감독을 꼽을 것 같다. 영화 감독을 속성으로 구분하고 각각에 대해서 점수를 매겨보면 아마 봉준호 감독은 그 대부분의 속성에서 평균을 상회할 것이고 그 모든 것을 합산 했을 때 최고의 점수를 받지 않을까? 대중성과 예술성의 경계선을 정확하게 걸치는 것에도 수준급이고... 



그런 그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는 시놉시스 단계부터 수 많은 사람들이 꼽는 최고의 기대작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별로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점에서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비슷한 시기의 김지운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도 기대 이하였고) 하지만 믿고 보는 봉준호 아닌가? 


결과적으로 설국열차는 의미 있는 행보이기는 했으나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 보다 더 나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든 것 같다. 크게 흠잡을 곳도 없지만 그렇다고 전작들 만큼 충격스럽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보면 중간 중간 거슬리는 부분을 발견하기가 힘들다. 그만큼 구성이 치밀하고 그 구성을 표현해내는 양식도 세련되고 적절하다. 하지만 설국열차는 소재의 특성상 폐쇄성을 갖고 있다 보니 기재의 다양성도 축소되어서 인지 개인적으로는 꽤 거슬리는 부분이 존재한다. 


액션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성의 괴리감 

교실 객차 전/후로 이 영화는 액션의 비중을 급격하게 줄이고 메시지를 던지는 방향으로 선회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너무 급격해서 전반부에 왜 그런 난리를 치고 그런 액션을 보여주면서 이곳까지 왔는지 모호해져 버린다. 전반부에 힘의 우위를 가지고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는데 후반부에는 모든 것이 너무 수월하다. (왜 자신의 계급을 붕괴시키려는, 고작 몇 명의 테러리스트들을 앞칸의 거주자들은 두고 보는 것일까?) 물론 이 또한 계급, 조금 더 폭넓게 세상의 헤게모니를 논하고 싶은 의도였는지 모르겠으나 성공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배우들의 이질감 

이 영화에 한국배우는 송강호, 고아성이 등장하는데 이들과 다른 해외 배우들이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송강호와 크리스에반스의 투샷은 전혀 연기의 주고 받음을 통한 감정/상황의 전달이 안되는 것 같았다. 각자 자기 대사를 각각의 언어로 하는 느낌? 고아성의 캐릭터적 상징성, 페로소나로서의 송강호를 꼭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었겠지만 차라리 국내배우만으로, 아니면 해외배우만으로 가져가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전작들에서 대부분의 배우들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가 걸리다보니 이후 엔딩의 매력도 떨어지고 메시지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또 봉준호 감독이 아니면 이 난해한 프로젝트를 이 정도까지 끌고오기 어려웠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전체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꼭 필요한 의미 있는 작품이지만 독립적인 한 작품으로서의 매력은 가장 낮았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의 데뷔작보다도) 



'현재의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드워 Z를 보고...  (0) 2013.11.26
마스터를 보고  (0) 2013.11.19
맨 오브 스틸: 아버지, 아버지...  (0) 2013.11.04
별을 쫓는 아이: Hello Goodbye & Hello  (0) 2013.10.31
터보- 준수한데 지루해  (0) 2013.10.22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