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가장 많은 메세지를 던져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설과 같은 내러티브 구조가 아닌가 한다. 은유와 복선과 의도된 감춤은 대중적이지 않으며 고민하기 싫어하는 관객을 잡아끌 가능성이 희박하다. 철저하게 기승전결을 밟아가는 이야기 구조가 관객에게는 익숙하다.

 


하지만 열혈남아, 아비정전, 중경삼림, 타락천사, 동사서독, 해피투게더를 잇는 왕가위는 이야기로 그의 메세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영상으로 이야기 한다. 대사는 어디까지나 그런 영상의 이미지를 보강하기 위한 차등적인 취급된다. 냉소적이고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를 그냥 내뱉음. 그것이다. 그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뚜렷한 그리고 파악하기 쉬운 이야기 보다 더욱 극대화된 그리고 관객의 가슴을 후벼 파는 거대한 파장이 된다.

 

타락천사도 그러하다. 킬러는 도대체 왜 살인을 하며 그들은 왜 사랑하고 왜 고독해하며, 왜 이별하는지 절대로 알 수 없다. 하지만 왕가위가 보여주는 영상을 쫓다보면 난 외롭다 라는 대사 보다 더한 극도의 외로움이 느껴지며 난 그가 그립다 라는 대사보다 더 한 극도의 그리움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그것이 왕가위다. 그리고 그 접점에 서 있는 영화가 타락천사이다.

 


중경삼림의 속편 격인 이 영화에서도 중경삼림의 그 영상으로 던져주는 강력한 메세지는 계속된다. 이 영화가 정말 좋은 이유는 바로 그 사실에 있다. 국내를 영화에도 많은 영화를 미친 그 왕가위 만의 스타일은 왕가위의 사랑과 이별과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메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기존의 어느 영화에서 말하는 것보다 더욱 강력하게 다가온다. 그 사실에 왕가위의 대단함이 숨쉬는 것이다. 한국에서 왕가위의 스타일을 차용하여 만든 영화가 있다. 홀리데이 인 서울 이라는 영화가 있다. 하지만 그 영화는 서울을 홍콩화 하며 김민종 장동건을 금성무 양조위로 만들고 최진실 진희경을 양채니,왕정문으로 만들 뿐이다. 분명 같은 스타일을 차용한다고 해서 왕가위가 같은 타락천사가 가지는 그 색깔을 가지진 못한다.

 

반면 김성수 감독의 비트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 왕가위가 선보인 영화적 형식들을 잘 풀어내고 있다. 차이는 거기에 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영화적 양식의 고민과 사용. 따라한다고 그것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대중의 감수성은 변한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이야기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감명을 받았다면 mtv와 뮤직비디오 세대인 우리는 비주얼한 것에서 더욱 큰 울림을 받는다. 왕가위는 이야기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으로 말하면 타락천사도 영상으로 말한다


00년 7월에 쓴 글. 참 왕가위 많이도 좋아했었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