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치라는 만화가의 작품들을 본 적은 없지만 소용돌이와 토미에 리플레이는 상당한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리고 일본에서도... 그래서 이토 준치의 호러물안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는 모르지만 그의 작품인 소용돌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소용돌이는 제목처럼 이도 저도 아닌 범작인 것만 같다.

 

원작이 소설이나 만화로서 존재하는 경우에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얼마나 원작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는가나 원작의 내러티브와 캐릭터를 가지고 얼마나 새로운 이야기를 잘 하고 있는가 정도 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소용돌이는 단순하게 한 마을에 닥친 환타지적 사건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설령 있다고 하여도 하이퍼텍스트로서의 만화를 영상으로 옮기는 것에서 철저하게 실패하고 있다. 원작의 참신한 소재를 사용한다고 영화가 재기발랄해 지는 것은 아니며 엽기적인 시체나 참혹한 죽음을 보여주는 것이 공포감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그냥 한 마을에 일어난 사건일 뿐이다라고 한다면 마지막에 정지된 하나의 프레임으로서 마지막을 보여준다는 것은 만화 이상의 의미는 없다.

 

우리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을 영화로서 만들 때 만화의 주인공이 움직이고 만화의 배경을 실제의 배경으로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 이상의 것! 만화를 넘어서는 영화만의 표현이라던가 영화만의 새로운 메세지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2000년 10월 17일에 쓴 글: 이토준치 원작은 대단하지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