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며 가장 먼저 잊어가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유년시절의 그 비논리적인 그리고 한 없이 투명하기만 한 꿈이 아닐까? 이웃집 토토로는 그 우리 잃어버린 시절의 꿈에 대해서 들려주는 아련한 추억이다.

 

1. 어린시절의 환상

이웃집 토토로에서 토토로는 바로 우리가 잊은 꿈과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들 어린 시절에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우리의 영원한 친구이자 영웅... 그것이 바로 토토로였다. 토토로와 함께 하늘을 나는 그리고 고양이 버스를 타고 바람을 가르는 메이와 스즈키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환상적인 그 공중유형씬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가슴에 그 무엇이 가득차옴은 세대를 넘는다.

 

2. 일상의 무서운 공포

우리 어린 시절에 가장 큰 공포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가장 소중한 사람의 고통이 아니었을까? 바로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아픔들... 어머니의 입원을 통해서 벌어지는 가장 큰 사건인 메이의 실종은 정말 나도 예전에 저런 마음이었는데 하는 우리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그리고 그때마다 등장하는 토토로 토토로와 조우하게 된 것은 메이와 스즈키와 그의 아버지를 기다리던 때와 어머니의 병원으로 옥수수를 주기 위해 집을 나가 메이가 길을 잃은 때였다. 가장 힘든 그 시기-사랑하는 부모님의 부재와 사랑하는 동생의 부재의 공포에 떨던 시기- 바로 그 때에 토토로는 우리의 어린 시절의 영웅답게 다가온다.


 

3. 그래서?

그 모든 것이 토토로에는 너무나 잘 담겨있다. 한 시골마을의 한 자매의 일상을 통해서 이만한 감정의 울림을 만들어내는 미야자키 하야오! 그는 분명 아니메의 천황이다.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나가다 메이의 실종으로 거대한 환타지로 나아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능력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4. 전작과의 비교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니메 세계를 자연친화를 통한 휴머니즘으로 대표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한 미야자키의 이야기는 토토로에서도 여전하다. 너무도 아름다운 시골마을의 배경과 토토로가 준 씨앗으로 거대해진 나무 위를 비행하는 장면에서 그 이상은 극대화된다. 더불어 메이의 가족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시골마을이라는 공동체는 그의 공동체에 대한 이상이다. 미야자키는 소재는 바뀌어 가지만 열쇠를 지고 있는 이는 여성이라는 점과 그의 휴머니즘에 입각한 메세지는 일관하는 듯 하다.

 

5. 토토로 산업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한 교수님 왈! "한국 애니메이션과 일본 아니메의 차이는 그 컨텐츠에 있다" 맞는 말이다. 물론 일본의 아니메 토양과 우리의 애니메이션 토양은 다르다.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아니메는 만화영화 그 이상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다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작품의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느냐 보다는 그 작품에서 담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컨텐츠에 대한 마인드가 너무나 부족한 것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 컨첸츠의 정점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거대한 이상과 장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바로 그 점에 미야자키의 대단함과 일본 아니메의 부러운 점이 나타난다. 토토로는 잊어진 유년 시절의 추억이라는 틈새 시장을 파고들며 그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역작임에는 분명하다.

2000년 10월 29일에 쓴 글: 시대가 흘러도 이 정도의 청량감을 주었던 작품은 없었던 듯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