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2018. 9. 19. 01:23 from 현재의 영화이야기



어린 시절에 가끔 엄청 고열로 밤새 앓곤 했다. 꽤 건강한 편이었는데 일 년에 한 번은 꼭 그랬다. 밤새 옆에서 열을 내리기 위해 연신 찬수건을 머리에 올리고 온몸을 쓸어내려주던 엄마는 항상 나직이 "엄마가 대신 아파주면 좋겠네"라고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엄마는 왜 저런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를 할까? 싶기도 했고 차라리 엄마가 이렇게 아픈 것보다는 내가 아픈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첫째를 낳고 그 녀석이 밤새 어린 시절의 나처럼 아팠을 때야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원더는 바로 그 의미를 알게 된 부모라면 평범한 장면 장면에서 울컥할 수 밖에 없는 영화다. 온전히 아이가 감당해야 하는 고통 앞에서 매번 그 모든 것을 기꺼이 대신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슬픈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심각하지는 않다. 모든 캐릭터는 바르고, 밝고, 유쾌하고 무엇보다 배려하고 반성할 줄 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면서 기대하고 예상했던 바와 같이 결국 극복과 소소한 성공으로 달려간다. 


실은 이 영화는 첫째가 원작을 읽고 (이틀 만에 4권 모두를 독파하고) 정말 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본 영화다. 주인공 어거스트의 이야기와 시선으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누나, 누나 친구까지 성장하는 아이들의 시선과 이야기로 같은 상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꽤 흥미롭다. 비록 주인공 어거스트의 사연이 가장 드라마틱 한 것이겠으나 그렇다고 그 주변의 아이들의 이야기도 가볍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원작과 영화가 모두 동일한 상황에 대한 각자의 해석과 사정을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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