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지구

2019. 8. 28. 23:30 from 현재의 영화이야기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온통 혹평 일색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헐리우드 SF 영화에 비해 어딘지 모르게 빈티가 나고, 중국이라는 나라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으니 심정적(?)으로 불편하고, 온통 클리쉐 덩어리라 새로운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렇다. 카피캣의 나라 중국 답게 헐리우드 SF를 흉내내는 것에 급급한 작품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흉내가 꽤 그럴싸하지는 않은가? 오히려 재난이 나서 도망가고 피하기에 급급한 헐리우드 영화들과는 다르게 지구 자체를 통째로 옮겨 버린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대륙적 기개가 엿보인다. 비꼬거나 반어법이 아니라 이 설정이 이 영화의 내러티브 전개에 핵심적 차별점이라는 말이다. 

 

베끼고 막무가내이고 비상식적이라 모두가 비웃던 중국은 그 방식을 통해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대국이 되었고 IT 분야에서도 이제는 넘사벽인 지위를 차지했다. 유랑지구가 그와 동일한 영화적 접근이라면 이 정도의 퀄리티를 보고 폄하할 것이 아니라 위기감을 갖아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실제로는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도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정말 재미도 없고 엉망이냐고? 색안경을 벗고 보면 뻔하지만 상업영화로 이 정도의 성취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정도를 투자할 자본 자체가 형성될 수 없는 우리의 영화 환경을 보면 부럽고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영화가 자본과 규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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