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린치의 영화는 매번 그렇듯이 보기가 쉽지가 않다. 알 수 없는 공간과 정체불명의 인물들과 연관성이 없는 플롯들은 매번 영화 속에서 길을 잃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만의 독특한 형식들과 이미지들은 가슴속에 꽤 강렬하게 들어앉고는 한다. 그것은 이번 <멀홀랜드 드라이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한번 보고 나의 내공으로서는 정확한 이해를 할 수는 없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초반 굉장히 평범한 진행을 시작한다. 간혹 다양한 인물들과 공간들 그리고 그것들을 대상으로 한 플롯들이 교차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해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진행을 한다. -리타의 기억을 찾아-라고 작게 정의할 수가 있는데 왜 그녀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사고를 당하고 핸드백에 엄청난 현금을 갖고 있으며, 알수 없는 열쇠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리타는 누구인지? 에 대해서 찾아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중반 베티와 리타가 다이안이란 이름의 단서를 찾아 다이안의 집을 방문하면서 영화는 가공할 데이빗 린처의 세계로 진입을 시도한다. 알 수 없는 공간들과 인물들 그리고 이전의 평범하게 진행해온 네러티브 자체를 헤집는다. 결국 영화는 하나의 앞과 끝이 맞닿아있는 인상을 주면서 끝이 난다.

 

일단 정확하게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나름데로 분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많은 공간과 인물과 이미지들을 난 도저히 어떤 의미로 치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빗 린처가 헐리우드 영화속에서의 여성성과 그와 반대편 쯤에 있는 순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짐작만을 해본다. 새로운 화두를 데이빗 린처는 나에게 <멀홀랜드 드라이브>로 던져 준 것 같다.

2002년 6월 16일에 쓴 글: 어렵지 이 영화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