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이전에 나는 강우석 감독에 대해서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좋지 않은 감정은 독점에서 기인한다. 강우석 감독은 처음 강우석프로덕션으로 제작을 하더니 다음에는 배급을 먹었고 그 다음에는 로커스와의 합병으로 토탈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매니지먼트까지 손을 뻗쳤다. 그리고 이제는 아카데미까지 일을 벌이려고 한다. 물론 그 사업확장 혹은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당연히 별 의미없겠지만 그는 정말 모든 부분에서 NO1의 자리를 차지했거나 강력하게 기존의 NO1을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으로 그는 충무로에서 한 개인으로서 절대권력의 왕좌에 앉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로 이상의 상황으로 나는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적어도 시장안에서 다양한 경쟁을 통해서 좀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고 바로 이것이 관객에게 나은 영화를 제공할 것이며 나아가 전체 한국영화의 발전을 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도 이와 같은 패단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강우석 감독은 흑심이 있어서 사업확장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필요에 의해서 그리고 그가 감독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직접 자신이 해결하기 위해 벌인 사업확장이다. 즉 그는 어쩌면 한국영화의 산업화와 시스템의 조성에 리더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은 일정정도 맞는 말이다.


예전에 경영연구회라는 모임-물론 학생인 내가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지만 교수님을 졸라서 갔었다.- 에서 연사로 나선 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포커스가 맞추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가 처음 영화를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행보를 간략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통해 그가 벌인 사업확장이 의미들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처음 영화를 배급하면서 지방배급업자들에 의해서 좌우되는 배급라인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 기인한다. 이전에 영화 제작에 있어서 자금이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방배급업자들에게 배급권을 먼저 팔아서 그 돈으로 제작을 완료하는 체계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지방배급업자들의 입김에 의해서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고 향후 영화가 성공하더라도 먼저 작품을 팔았기 때문에 제작사에게 남는 수익은 거의 없었다. 강우석 감독은 이전에 투캅스로 초미의 흥행작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없었다. 이에 따라 그는 이 같은 불합리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전국직배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제 한국배급라인의 양대산맥으로 자리잡았다. 그의 사업확장은 위의 배급일화와 같이 추진되었다. 즉 수익을 위한 부분보다는 불합리한 부분, 그리고 안정적인 제작사의 활동에 제약이 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것이다. 물론 절대강자는 항상 그 권력과 파워만큼 지탄이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한국영화의 산업화를 이룬 성과물이 더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자 그럼 한국영화의 파워 NO1이 아주 오랜만에 내놓은 그의 작품 <공공의 적>을 보도록 하자. 먼저 이 영화는 연결되는 각각의 상황과 강력한 캐릭터의 힘이 미덕인 영화다. <공공의 적>이라는 제목에서 어떤 메세지를 찾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 메세지는 조금 시대착오적이고 조금 구식이여서 실효성은 거의 없을 듯 하니 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경영연구회에서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그 상황들을 교묘하게 배치하고 다시 앞서 이야기한 상황을 가져와 반전을 주는 그의 이야기는 분명 재미있었다. 쉴 새 없이 웃으며 그의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들었다. 그리고 더욱 재미있는 것은 바로 그의 언변과 꼭 닮은 것이 바로 그의 영화다. <공공의 적>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전체 극의 전개는 조금 튀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들과 상황은 정말 재미있다. 정말 한씬도 재미없는 씬이 없다. 그리고 그 씬을 강력하게 지원사격하는 것은 등장하는 강력한 캐릭터 들이다. 설경구가 분한 강철중은 저돌적으로 극을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돌파하며, 상황상황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정말 생생하게 날뛴다. 물론 그 캐릭터들은 굉장히 단순하다. 즉 전체 상황에서 단 한가지의 면을 부각한 캐릭터들이 만났을 때의 화학반응이 너무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영화의 최고의 장점이자 흥행의 힘이다. 이것은 그의 전작들인 <투캅스> <마누라죽이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더불어 이러한 상황과 캐릭터의 힘은 세대를 막론하고 강한 힘을 발휘하며 공통적으로 소구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구식인 이 영화의 메세지가 그다지 표안나고 극이 마지막까지 도달할 수 있다.

마치 분위기 충분하게 오버해서 작용해 파장을 미치는 작은 연극들을 모아서 만든 영화라고나 할까?

바로 그런 작품이 <공공의 적>이다.

 


강우석 감독은 경영연구회 모임에서 그렇게 말했다. 난 어느정도 흥행할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적어도 그의 감각은 한국영화시장에서는 최고의 감각이 아닐까 한다. 그의 감각이 발현된 영화이니 당연히 흥행에도 성공했고... 마치 그는 오감안에 비지니스의 천성이 내재된 사람 같다.

2002년 7월 20일에 쓴 글: 1편은 괜찮았다. 정말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