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도 장군이고 싶다!

 

헐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은 언제나 정말 완벽하다. 절대로 그의 목표 앞에서 주저하지 않으며, 시종일관 숨죽이게 하는 카리스마를 흩뿌리며 관객을 압도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선 한 동안 그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부러워한다. 왜냐면 관객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으니까... ...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도 그렇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런 영화의 주인공은 절대로 현실에 존재할 수 없다. 무지몽매한 나와 같은 사람들은 그래도 그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를 가슴에 새긴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싸나이 대장부로 태어나서 저렇게 한 번 살아봐야 하는데... 하지만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을 합리화 하며 또 중얼거린다. 시대가 난세가 아니라... 하하하 적어도 유치찬란한 난 그렇다. 영웅본색의 주윤발을 보고 교복 안 주머니에 bb탄이 나가는 장난감을 품고도 나녔었고 동사서독과 신용문객잔과 신조협려를 보고 세상 어딘가에는 숨겨진 비기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 그렇다면 나만 그런가? 아니다. 내가 아는 형은 글래디에이터를 보고 막시무스처럼 살겠다고 공언을 하고 다녔다. 일반 대중은 자신 보다 저위의 완벽한 주인공을 보며 현실에서 그를 대입하려고 한다. 그것은 곧 자신을 그 주인공과 동일시 하며 일종의 이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헐리우드의 최면이고 그 최면에 걸려드는 것은 무지한 놈만 그런거야 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상도 정의도 신념도 사라져 가는 이 황량한 세상에 그 대상이 매번 바뀌지만 기댈 수 있는 안식을 얻을 수 있는 무엇이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 난 그래서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이상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곰곰히 생각하면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는 그가 아무리 로마의 미래를 생각하고 그의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권력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깔로 인간을 도륙하는 냉혈한 이며 주윤발은 양복입고 머리 단정한 깡패다. 그래도 열광한다. 왜냐면 이 세상은 기댈만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 현실에서 작지만 기댈만한 여지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대상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난 좋다.

 

2.그래도... ...

 

솔직히 어느 순간부터 헐리우드 영화가 싫어졌다. 한국 영화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돈으로 매꾸는 그 거대함이 싫었다. 그래도 헐리우드 영화가 소박한 꿈을 심어준다는 사실로 이번 글래디에이터는 좋게 보려고 한다.

 

3.리들리 스코트

 

리들리 스코트... ... 내가 좋아하는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델마와 루이스의 감독... ... 그의 자기 목소리가 과연 이 작품에서는 무엇이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브레이브 하트와 잔다르크(뤽베송)가 떠올랐다. 브레이브 하트와는 정말 구성도 비슷하지 않은가? 그리곤 다시금 화이트스콜이 흥행에 참패해서 어쩔 수 없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화이트 스콜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자꾸 좋아하는 감독이라 어떻게든 무엇인가를 뽑아내려고 노력한다. 한번 좋아한 사람은 잘 미워하지 못하는 내 성격탓인가? 역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웅주의로 돌아선 것인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정말 그래도 어줍찮게 무엇인가를 던지려고 했던 잔다르크 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한다. 영웅을 그리고 싶다면 정말 이렇게 그려야 한다. 한 없이 이상적으로 한 없이 비현실적으로 그려야 한다.

 


4 !헐리우드

 

요즘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소재를 얻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듯 싶다. 일단 괜찮은 소재에다 엄청난 자본과 cg로 도배하고 거기다가 일급의 스타를 섞으면 돈은 되니까... ... 역시 영화는 자본의 산물인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는 돈을 들인 만큼 때깔이 좋으니까.

 

00 7월에 쓴글. 냉정하게 고백하건대 헐리우드 영화에 대한 저 당시의 쓴소리는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였던 것 같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