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에서 소녀의 머리가 180 회전하는 장면, 천장으로 기어올라가는 장면, 오멘의 666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지만 아직까지도 그 잔상이 뚜렷하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심상으로 신과 악마와 초현상들을 막연하게 상상해보곤 한다. 분명 영화를 보는 그 순간에는 헬레이저, 나이트메어, 13일의 금요일, 텍사트전기톱 연쇄살인 사건 등의 슬래셔들이  휠씬 무서웠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정작 밤잠을 설치며 깊은 고민과 함께 공포 속으로 이끌었던 작품들은 오컬트 영화들이었다. 슬래셔 무비들은 우월한 피지컬, 현명한 판단 등을 갖고 있다면 능히 그 공포를 이겨낼 법한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오컬트 무비들은 신과 악마와 인간의 근원적인 관계를 테마로 하다 보니 한낱 인간으로서는 그 결말과 운명에 거역할 수 없다. 바로 이점이 오컬트 무비가 더 공포스럽고 불편하고 지적이며 우아한 이유다. 그래서 산업 측면에서 보더라도 시장이 한정적이고 잘 만들어 내기 힘들어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이 장르의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갑게도 검은사제들이라는 한국형(?) 오컬트 무비가 있었으나 순혈이라고 보기보다는 김윤석, 강동원이라는 캐스팅발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유전은 정통 오컬트 무비의 재래하고 할 만하다. 유전이라는 내용적 측면이 오컬트 무비의 가장 큰 특징을 주제로 다룬 면도 있지만 외적으로도 이 영화의 뿌리가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의적인 제목이라는 점 또한 절묘하다. 조금 더 디테일에 대한 해석을 즐기고 싶지만 이 영화를 2번, 3번 반복해서 보는 것도 정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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