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좀 특이하다. 연쇄살인마를 상대로 한 고도의 두뇌게임도 아니고 결말에 비장의 한방을 남겨둔 스릴러도 아니다. 그냥 희생자를 다소 가엾게 여기는 한 경찰이 살인자의 증언만 믿고 우직하게 길을 가는 영화다. 그렇다고 정의감의 화신으로 보이지도 않고 지적 능력 또는 수사력이 탁월해 보이지도 않는다. (어느 순간에는 호구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그렇다 보니 이 영화는 지극히 평이하고 특색이 없고, 장르물로서의 뻔한 즐거움에서도 비껴 나 있다. 실화를 모티브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에 집중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는 너무 심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또 그로 인해서 얻어낸 "담백함" 그것이 "암수살인"의 성취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지극히 자극 없는 영화를 끝까지 끌어가는 힘은 "김윤석"과 "주지훈"의 연기에 많은 부분 빚진 것도 사실이다.
덧, 곽경택 감독은 부산과 자전적인 이야기 아니고서는 소재가 없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