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워즈

2019. 3. 5. 00:07 from 현재의 영화이야기



"썸머워즈"를 보고 "호소다 마모루"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두 감독 모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변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두 감독을 근래에 매우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과거에도 지금도 난 사회의 모든 문제의 원인도 그리고 해결 방법도 가족 안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썸머워즈"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다음에 선보인 2009년 작품이다. 전통을 추구하는 일본 어느 시골의 대가족이 디지털 해킹에 맞서 세계를 구한다는 이야기 즈음 되겠다. 철저히 객체화되어 가는 디지털 시대에 결국 전통적인 가족의 연대가 곧 희망이라는 이야기를 유쾌하고도 따뜻하게 그려나간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카에 할머니의 유언장의 의미가 큰 감동이기도 했고 "늑대아이" 만큼이나 좋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느 면에서는 매우 부조리한 사상을 담고 있기도 하다. 전통과 가족의 연대를 위해 작품에서 여성은 모두 인내에 기반한 수긍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카에 할머니는 남편이 밖에서 낳은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내야 했고 집안 살림과 부엌일은 모두 가족 구성원 중 여성의 몫으로 그려진다. 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놓고 보면 어쩌면 현실적인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분명 불편한 지점임에는 분명하다. 이 결점이 누군가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수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작품을 기점으로 "늑대아이: 모정", "괴물의 아이:부정", "미래의 미래이에서 선대와 후대와의 연결"까지 "호소다마모루"는 이야기할 수 있는 가족의 모든 것을 다 집대성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히로카즈" 감독이 마침내 최근작 "어느 가족"에서 드디어 "무엇이 진정한 가족입니까?"를 질문한 것처럼 말이다. 그럼 의미에서 다음 주제는 무엇이 될까? 궁금하다. 혹여 "미래의 미라이"의 대중적인 실패로 오래 기다리게 되지는 않을까? 그것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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