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2019. 6. 9. 23:51 from 현재의 영화이야기

 

미리 나온 칸영화제 심사위원들의 평점을 보고 "잘하면 황금종려상 가겠다." 싶었고 그 기대가 현실화되었을 때 누구보다 기뻤다. 대한민국 영화 중 all time no1을 꼽으라면 난 아마 "살인의 추억"을 꼽을 것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계급의 고착화를 통한 빈부 격차이고 이 현상의 급가속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생충은 시작부터 이미 취향의 반은 저격한 상태였다. 그런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나온 나의 혼잣말은 "별론데..."였다. 

 

이 영화의 단점은 솔직히 없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촘촘한 디테일은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고 앞에서 뿌린 떡밥은 적시적소에서 정확하게 회수된다. 이 어려운 주제를 갖고 2시간 20분의 몰입감을 선사하는 것은 정녕 대가의 솜씨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시지와 상징을 실제 구현하는 편집과 미장센은 그의 전작과 비교해도 일취월장했음은 물론 세계의 어떤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난 왜 이영화가 별로라고 생각될까? (전작인 설국열차와 옥자 보다는 좋았지만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 마더 보다 좋지는 않았다.) 

 

첫째, 봉준호의 인생작이 되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기대 불일치... 그것이 첫 번째 일 것이다.

 

둘째, 영화 초반부 피자집 사장의 시퀀스부터 조짐이 있기는 했는데 봉준호 특유의 대사 유의가 너무 과잉되어 있다. 이상하게 전작들에서는 그 대사들이 극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갔지만 기생충에서는 그 재미를 살리기에 집중한 것인지? 감독의 의도가 읽혀 오히려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더불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대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고 은유나 상징을 사용하기보다는 직접적이다. 이것이 어쩌면 조금 더 쉬운 이해를 통한 대중성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음은 분명하지만 유난히 턱턱 걸린다. 설국열차와 옥자에서 메시지를 뒷선에 두고 설정과 이야기를 전진 배치했던 실패(?)에 대한 반성이었을까? 

 

셋째, 아마 이 영화는 계급문제를 다뤘음에도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영화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계급과 빈부격차의 문제가 좀 더 광범위하게 회자되길 기대한다. 한 가지 우려는 그것이 단순한 지적 유희로 끝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우려심이 드는 이유는 이 영화는 매우 신랄하게 계급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비현실적인 설정과 캐릭터로 인해서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제를 가장 쉽게 전달하는 방식일 수도 있겠지만) 이론적인 콘텍스트로 소비될 가능성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르르 보고 자본론과 신자유주의를 꺼내고 현실정치를 안주삼아 이야기되는 그 과정의 단순한 지적 쾌감을 공유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 그것이 우려된다. 같은 계급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16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지적이지는 않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를 뚝심 있게 지적한다. 

 

중앙선부터 현란한 개인기로 골키퍼까지 제끼고 넣은 골보다 전, 후반 내내 태클당하고 넘어져서 변변한 공격을 하지도 못했고 부상까지 당했지만 그 만신창이 몸으로 마지막 기회를 몸으로 욱여넣은 골이 난 더 감동적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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