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더

2019. 7. 12. 01:03 from 현재의 영화이야기

시스템이 자신을 창조한 인간보다 지적으로 우월해지고 그 우월함으로 인간을 적 혹은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규정해 말살 또는 완벽한 통제를 시작한다. 이 설정은 SF 영화 속에서는 이제 관습처럼 되어 버린 문법이기는 하다. 이 영화도 그 설정에 기반한다. 그래서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그 끝 지점에서 다시 인간의 손에 새로운 시작을 맡긴다는 유토피아적인 발상은 이 영화를 여타 SF 영화들과 차별화한다. 이 영화에서 마더는 바로 그 시스템을 의미한다. 인간을 말살하지만 또 유일한 인간을 길러내고 그 인간에게 미래를 의탁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디지털화된 고도의 지적 존재로 그려지던 대상을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존재인 마더에 투영함으로써 매우 철학적이고 다채로운 상징으로 기능하게 한다. 이 또한 이 영화의 매우 현명한 설정이다. 

 

어떤 면에서는 재기발랄한 SF 소품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그래서 넷플릭스의 라인업에 딱 제격인 것처럼 보인다. 넷플릭스의 영화들은 항상 평타 또는 그보다 살짝 상회하는 퀄리티의 영화들이 즐비하다. SF 영화를 즐기는 이라면 이런 색깔의 영화도 매우 반가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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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