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생존자

2019. 7. 14. 16:56 from 현재의 영화이야기

넷플릭스의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인 "하우스 오브 카즈"는 넷플릭스 부흥의 신호탄이 되었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정점을 캐릭터들의 야망과 간교함, 치밀함으로 굉장히 현실감 있게 묘사한 "하우스 오브 카즈"는 분명 몰입감 높은 잘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그런데 시즌 5까지 보고 나니 (현재는 시즌 6까지 방영이 되었다.) 마음을 기탁할 캐릭터 하나 없이 (있다 해도 흑화 되거나 죽는다.) 온통 악마들만 가득한 드라마를 보고 있으니 도저히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보기가 힘들더라. 

 

그러던 중 방영된 "지정생존자"는 "하오스 오브 카즈"와는 정반대의 포지셔닝을 갖는 천사 버전 정도 되는 작품이다. 지정 생존자란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있을 경우, 유사시 대통령직 승계가 가능한 부처 요인 중 안전시설에서 대기하도록 지정되는 사람이다. 보기에는 굉장히 중요한 인물 같지만 현실에서는 그 중요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중요도가 낮은 사람이 되겠다. 드라마에서도 서열 순위 13위 더구나 오전에 해고 통보도 받은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톰 커크먼이 와이프와 후드티나 입고 안전가옥에서 샌드위치 먹다가 국회 테러로 모든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관료, 상/하원 위원이 모두 사망함에 따라 갑자기 대통령이 되면서 시작한다. 권력욕이라고는 1도 없는 평범한(?)이가 초유의 국가테러도 대응해야 함은 물론 대통령직도 수행해야 한다. 그 무게감에 화장실에 들어가 토할 정도인 상황이지만 실제 열어 보니 톰 커크먼은 누구보다 정의롭고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이며 심지어 스마트하기까지 하다. 또한 그를 보좌하는 모든 구성원들 또한 선하고 열정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이 결국 임시 대통령, 부적적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벗고 미국의 진정한 대통령으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지정 생존자"다.  

 

수많은 문제들이 생기지만 정의감과 원칙으로 결국 해결해내는 뻔한 흐름의 연속이지만 "하우스 오브 카즈"보다는 이쪽을 믿고 싶어 지게 한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매력이지만 또 드라마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한 것을 인식해서인지 최근 공개된 시즌3을 보면 원칙과 정의 vs 현실적인 정치공학의 문제를 대립시키며 향후 "톰 커크먼"이 변화될 여지를 열어두기도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한데 그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순도 100%의 고결함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화두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그것이 아마 무엇인가를 변화시키고 싶은 이상주의자들의 고민일텐데 결국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을 통해 흑화 되는 사람들 또한 수도 없이 보았다.  한번 원칙을 져버리면 권력을 얻더라도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기적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전 정권의 농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르겠다. 

 

현실정치의 지저분함에 지쳐 위로가 필요하다면, 어떤 형태든 처음의 그 순수한 마음을 잃어가고 있다면 "지정생존자"를 추천한다. 판타지는 이럴 때 필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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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