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에서 좀비물은 빼놓지 않고 찾아보는 편이다. 공포 장르 중에서 좀비물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만만해서가 그 이유 일 것 같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좀비들은 죽은자, 외향적으로 시체라는 설정 이외에 초자연적인 귀신이나 악령들과는 다르게 만만하다. 느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물리적으로 타격이 가능하고 제압이 가능하다. 대규모의 좀비와 마주치지만 않는다면... 이런 좀비의 특성으로 인해서 적당한 긴장감을 선사하기도 하고, 화력이 좋은 무기가 있다면 대량제거의 쾌감도 얻을 수 있다. (이렇게까지 쓰니 좀 변태 같기는 하군) 여하튼 그러한 만만한 대상으로서의 좀비로 인해서 공포장르가 아니라 액션장르의 재미도 선사하기도 하는 것 같다.



워킹데드도 그러한 좀비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는 하다. TV 드라마 치고는 꽤 강한 비주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좀비물의 고전적인 재미. 좀비로 부터의 도피, 그 과정에서 좀비를 쓸어버리는 재미 등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지만 좀비물의 토대 위에서 조금은 인간적인 불편한 상황과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것이 워킹데드가 차별화 되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그런 상황에 처하고 싶지는 않다고 할까?

사랑하는 가족이 좀비가 되면 그 좀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인간이 아닌 좀비이기 때문에 절명시키는 것이 맞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이의 머리에 총알을 막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해서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를 사랑까지는 아니지만 좋아하게 되었고 육체적인 관계도 맺었는데  남편이 돌와왔다면 그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죽은 줄 알았던 친한 친구의 가족을 지켰는데 친구의 와이프를 사랑하게 되었고 친구의 아들이 자신이 아들처럼 되었는데 친구가 돌아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좀비에게 사랑하는 가족이 먹히는 것을 봤다면 생존이라는 것의 의미가 있을까?

(모든 좀비물의 전형적인 화두이지만) 세상에 좀비로부터 안전한 곳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그곳을 계속 찾아가야 하는 것일까?

워킹데드는 좀비라는 존재로 인해 변화된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캐릭터들을 밀어넣고 있다. 즉 외형적으로는 좀비물이지만 어쩌면 관계와 비정상적으로 뒤틀어버린 관계에서 오는 갈등에  대한 드라마인지도 모르겠다. 그점이 워킹데드의 매력이다. 그래서 좀비가 등장하지 않아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 시즌 1에서 갈등의 조짐들을 풀었다면 아마 시즌 2에서는 그 갈등의 해소들 혹은 같은 맥락의 갈등들이 양산될 것 같다.
 



아마 싱글이었을 때 이 드라마를 봤다면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결혼도 하고 딸도 있다 보니 그 상황 자체가 참으로 불편하고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오는 것이 사실이다. 남편, 아빠로서의 수호 컴플렉스가 완전 발현되어 몰입된다고 할까? 물론 워킹데드가 호쾌한 액션의 외투를 두른 좀비물이었으면 몰입은 안되었을 것 같지만.. 그래서 6부작으로 일단락된 1시즌이 아쉽고 2시즌이 기다려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족이지만 대체적으로 시즌 하나 정도 보면 감정이입도 되고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캐릭터가 있기 마련인데 워킹데드에는 그런 대상이 없다. 그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