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매력적인 구석이 많지 않다. 아주 예전부터 보아왔던 이야기의 재탕이며, 그렇다고 그 뻔한 이야기의 규모와 비주얼을 키워 최첨단의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영화도 아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구니스+ET의 골격에 에일리언과 사촌 쯤 되는 외형의 괴물이 등장하는 굉장히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것이 없는 영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엇인가 마음의 동요가, 따뜻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의 유년을 지배했던 구니스와 ET 같은 영화들과의 유사성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이미 과거의 이야기이고 열광의 유효기간은 소멸되었고 그렇기에 감성에 취하기 힘든 어른의 나이가 되었지만 열띠었던 그 행복의 기억마저 잊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 마음이 나이가 먹을수록 더욱 그리워지지는 않았던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린 주인공처럼 삶의 고통에 발목을 잡히고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크게 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구하고, 외계인에게 던지는지 자신에게 던지는지 알 수 없는 진심을 던지며 교감하고, 죽은 어머니의 목걸이를 날려보냄으로써 자신을 지배했던 과거의 고통에 안녕을 고하는 모습을 지지하고 공감할 수 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서 어린 시절에 꿈꾸었던 판타지들은 하나 하나 사라져가고 그 비현실적인 꿈이 차지했던 자리에는 삶의 현실적인 고통들이 자라난다. 더 이상 꿈꾸기 보다는 셈하게 되며, 진솔한 마음의 소통보다는 관계에 수반되는 비용과 상처를 더 걱정하게 된다.

슈퍼에이트는 어른이 된 우리에게 "넌 원래 이런 녀석이었잖아. 기억나?"라고 말하는 영화같다. 또한 날아가는 어머니의 목걸이를 보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게 하는 것이 상투적인 의도라도 해도 과거의 흐뭇함으로 그 다짐을 다잡게도 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 꼬꼬마였던 그 시절보다 더 많은 영향력과 자유를 갖게 되었지만 우리는 그때보다 행복할까?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