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에 대해서 심오한 메시지나 스토리의 완결성을 기대하는 것은 5살 아이에게 방정식을 풀어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일 것이다. 트랜스포머의 가치는 러닝타임 동안 시각적 즐거움을 얼마나 높고, 길게 유지시키냐에 9할 이상이 있다. 물론 어린 시절에 봤던 변신로봇이 실사로 스크린에 나타나는 기쁨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쥐라기 공원을 처음 스크린에서 봤을 때의 감격과도 같은) 개인적으로도 트랜스포머 1편에서 옵티머스가 거대한 검을 뽑아 들 때의 감동은 실로 강하고 위대했다. 울컥할 정도로... 그런데 이제 3편까지 오게 되니 트랜스포머에 대해서 조금의 욕심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웰메이드, 블럭버스터 영화를 넘어 레전드급으로 추앙될 수 있는 시리즈 영화들(스타워즈, 인디아나존스, 백투터퓨쳐와 같은)과 어깨를 견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트랜스포머는 영화의 시각적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어느 정도의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바로미터로서의 의미, 그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체 이야기의 기승전결 진행의 개연성마저 비주얼을 위해서 포기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초반 아폴로 달착륙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꽤 매력적이지만 금새 영화는 시작의 매력을 읽고 전투와 비주얼의 향연에 몰두한다. 대표적으로 다음의 상황들이 그렇다. 센티널 프라임이 오토봇을 배신하고 몰래 탈출을 감행하는데 격추를 당한다. 그리고 이것이 이후의 반전과 연결이 되는데 그마저 타당성을 잃는다.(동맹인 센티널을 격추시켜 반죽이고 나중에 살리려고 애쓴다. 말이 되나?) 그리고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 전투에서는 도통 이해 안 되는 행동들의 향연이다. 레녹스가 이끄는 부대는 왜 리스크가 큰 공중강습으로 침투를 하는 것인지? 그냥 육로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안전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 장면은 비행슈트 씬을 보여주기 위한 구실로 밖에 보이지 않고 건물에서 로프로 내려와 공격하는 씬에서도 그 행동이 전술적으로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불어 옵티머스는 화려한 비행기체로 거듭나지만 와이어에 걸려서 시간 잡아먹다가 순신간에 나타나 상황을 종료한다.(센티널 디셉티콘과의 전투 장면은 멋지긴 한데 황당한 느낌이 강하고) 작은 설정들에 민감한 것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장면들이다. 모든 것들이 이런 식이다. 스토리는 철저히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 위한 부차적인 설정일 뿐이다.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을 푹 즐기고 나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큰 것은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 즐길 수 있는 꺼리가 있는 영화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스타워즈 같은 영화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드문 상황에서 트랜스포머가 그런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모르겠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