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찰턴 헤스턴 주연의 혹성탈출을 TV에서 본 기억이 있다. 유인원이 지배하는 혹성에서 어서 주인공이 탈출하기를 숨죽이며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한 파괴된 자유의 여신상내가 봤던 영화 중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더구나 영화는 그렇게 끝나버려서 주인공은 어찌 해야 하나? 왜 유인원에게 지구가 점령 당했는가? 한참을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은 어린 시절에 가졌던 그 질문 중 왜 유인원에게 지구가 점령당했는지?에 대한 답이다. 결론적으로 이전 혹성탈출의 프리퀄로서 나쁘지 않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연작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 이야기가 전개가 힘들지 모르겠다.(시저의 최초 봉기를 보여주는 것과 지구 정복은 스케일이 다르니까. 영화 중간 나온 바이러스로 인간이 멍청해지거나 개체감소 되는지 모르겠으나)

이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 질문은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인간의 욕심이 어떤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
둘째, 인간의 지능과 감정을 가진 시저의 정체성 혼란과 인간 존엄성의 차이는
?
셋째, 지능과 감정을 갖게 된 상태에서 유인원들의 저항과 봉기는 어떻게 이해 되어야 하는가?


첫번째는 대다수의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이기에 새롭지는 않다. 가장 큰 재미는 아마도 지능과 감정이 담긴 시저가 자신과 그들 동족의 박해와 불합리를 인지하고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마저도 유인원이라는 차이점만 있지 현실의 불합리함을 인식하고 동족 집단의 권력을 획득한 후 더 큰 적대 집단과 대결하는 많은 영화의 전개와 다르지는 않다. 항상 억울한 약자가 가혹한 강자를 대상으로 한 대응, 혁명, 복수는 짜릿함이 존재하고 이 영화는 거기에 영화의 8할 이상을 기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전개 또한 깔끔하고 그럴싸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워낙 주변에서 호평을 들어서인지, 주인공이 유인원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메시지 자체가 크게 새롭지는 않아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유인원 지구 점령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수확 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저의 변화되는 생각과 감정에 더 많은 부분 할애하면 어떠했을까 싶다. 물론 유인원 보호시설에서의 에피소드가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지만 사건의 서술에 집중한 나머지 시저의 내면에 대한 묘사는 약하지 않았나 싶다. 지능과 감정을 가진 유인원, 인간의 영혼을 가졌으나 인간일 수 없는 존재의 아이러니함은 사이버그의 그것과는 확실히 조금 느낌이 다르다. 그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라 이런 생각이 더 드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