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기대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강요한다. 상대에 대한 나의 애정이 강할수록 기대는 더욱 커져간다. 그래서 우리는 배우자에게 자식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동료에게 기대하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기대의 근원은 애정임이 확실하지만 기대대로 상대가 움직여주는 것이 상대에게 정말 좋은 일인지? 행복인지? 검증할 수는 없다. 한단계 나아가 보면 기대라는 것이 정말 애정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들을 자신이 원하는 삶이라는 틀에서 하나의 요소로 보고 요소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은 아닐까? 그런 관점으로 보면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부모를 원망하고, 사랑보다는 조건으로 배우자를 선택하고,  배우자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말하길 바라고, 자식들이 자신의 기준대로 성장해 주길 기대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이 아닌 욕심으로 그리고 욕심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불만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마다의 해석은 다르겠지만 늑대아이는 바로 지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한다. 처음부터 시작은 다름에서 시작한다. 남편이 그리고 아이가 전혀다른 이질적인 존재라는 점에 놀라거나 슬퍼하지 않고 기꺼이 감내하고 도와주고 선택을 존중해주는 엄마 하나의 모습은 지극히 이상적이지만 울림을 준다.

 

영화는 전형적인 성장영화의 구도를 갖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아메와 유키인 아이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엄마인 하나의 성장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성장영화들이 과정의 고통만을 다루고 변죽을 울리다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말지만 유키가 인간으로서, 아메가 늑대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과정, 그리고 하나가 엄마로서 선택을 인정하는 모습들을 담담하게 다루고 있는데 묘하게 설득력이 있고 공감이 된다.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으로 이러이러해서 좋았다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영화의 정서가 가슴에 들어와 앉아있는 느낌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련함 따뜻함 이런 감정이 내내 존재하는 느낌이다. 토토로를 보았을 때의 느낌, 이와이 순지 영화들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할까?

 

조금만 잘못하면 지극히 교과서적인 뻔한 이야기로 흐를 밖에 없는 이야기를 빼어난 수작으로 만들어낸 것은 전적으로 감독인 호소다 마모루의 역량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힘이 내러티브 구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늑대아이는 줄거리로 정리하면 아주 심플하다. 아주 극적인 반전이나 구성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은 전적으로 미장센에서 나오는 같다. 이상하게 작품을 보다가 특별한 이야기 전개나 대사가 없는데 찡하거나 울컥하게 된다. 스치듯이 지나가는 풍경, 아주 디테일한 화면구성을 보다가 마음이 울린다. 화면의 느낌으로 이야기의 정서와 주인공들의 느낌을 너무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때 미야자키 하야오로 대변되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중흥을 이끌었던 감독들의 쇠락은 확실한 같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나름의 무게와 철학이 느껴지는 참신한 작품들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고 속칭 모에화스러운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지 되었다. 그런 와중에 호소다 마모루의 가치는 훨씬 크다. 이동진 기자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미야자키 하야오의 적자는 안타깝게도 친자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아니라 호소다 마모루인지도 모른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