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미래의 시작은 과거의 부정에서 시작되었다. 과거의 잘못과 과오를 되새겨 진화했고 그래서 살아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일부분은 미래로 나아가는데 있어 장애다. 하지만 아주 깊게 자신을 들여다보면 과거가 키워낸 긍정적인 기반이 존재하고 또 그것이 미래로 나아가는데 있어 결정적인 디딤돌이다. 그리고 어느덧 과거를 부정하던 현재의 나 또한 미래와 맞지않는 과거의 부정적인 유산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결국 미래로 나아가는데 나이가 먹어버린 나는 미래를 위한 진화에 적합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 버렸지만 그 존재자체가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로 치부되는 나 또한 어느 시점에서는 미래였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분명 달라져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 자! 그럼 과거의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버려야 하는 것은 미래와 맞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것이지만 미래를 잉태했던 과거라는 점에서는 분명 인정하고 경배해야 하지 않을까? 007시리즈의 25번째인 스카이폴은 이 과거, 현재의 나, 미래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갖고 찾아왔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메시지를 던지기에 007만큼 매력적인 주제는 없다. 007이라는 과거 냉전시대부터 활약해 오던 이 아날로그적인 첩보원은 디지털과 절대적이 존재하지 않는 모호한 정세속에서 존재의 필요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고 영생의 묘약을 먹지 않은 이상 늙어갈 수 밖에 없다.
MI6(007, M)이 해왔던 애국적인 일의 이면에 존재하는 추악한 부분이 적으로 등장하고(007 또한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될 뻔 하기도 했고) 그 적은 과거 007 영화의 극중 지향 방향을 결정했던 M을 노린다. 더구나 한때는 같은 편이었던… 애국이라는 개념 또한 공격을 받고 되고… 결국 과거의 옳다고 생각했던 방법의 부적합성이 들어나고 시험받는 국면이 도래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상황에서 재미있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해 재탄생을 위해 다시 과거로 회귀한다는 부분이다. (007과 M이 007이 어린시절을 보낸 과거의 저택, 스카이폴에서 적들을 상대한다는 설정, 애스턴마틴 클래식카의 등장 등은 바로 이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즉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자신이 부정했던 과거를 다시 복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은 과거에 남아있기 보다는 과거에 저지른 불완전한 행동의 결과인 적과 내내 현재의 발목을 잡던 유년시절의 기억(스카이폴)을 제거하고 M과도 이별함으로써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출발을 예고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오버랩되는 현재의 트렌드에 부합하고 그 위에 작품자체의 정체성을 투영한 이번 작품은 단순한 액션 영화로 보기에는 그 의미와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다. 물론 이렇게 새로운 007의 시작을 선언을 했기에 다음 작품이 부담이 되겠으나 매우 적절하고 의미있는 시도라 생각한다. 본아이덴티티를 따라가자니 007의 현실적인 나이가 부담스럽고, 미션임파서블을 따라가자니 전통을 파괴하는 것 같지 않겠는가? 007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맞는 작품으로 거듭나는 것. 그것이 미래의 007의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물론 단순한 선언도 아니다 007의 정체성의 큰 비중을 차치했던 M을 잃는 고통을 감내한다. 비단 이런 상황은 영화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또한 삶을 그렇게 살아야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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