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와 설정만 조금 다를 뿐이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대동소이하고 연인간의 공통 시간 소비, 대화 소재의 대상 이외에 얻을 장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지루하고 식상하다. 그럼에도 남자사용설명서를 봤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이동진기자의 높은 평가와 마침 와이프가 볼 수 있는 영화 중 이 영화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둘 중에 하나의 조건이라도 충족되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볼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 특이한 지점이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지극히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에 충실한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꽤 특이하다.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 내용이 영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고 사용설명법을 적용을 보여주는 방식도 꽤 재기발랄하다. 각각의 씬이나 에피소드들은 이 영화의 감독이 CF감독 출신임을 입증하듯이 화면의 구성도 심지어 소품도 꽤 괜찮다. 그런데 이 방식이 꽤 참신하고 재미있지만 또 로맨틱코미디의 일관된 이야기 흐름의 방해가 되고 있기도 하다. 몇몇의 씬이나 에피소드는 너무 만듦새나 설정이 조악해서 영화 전체의 퀄리티를 하향평준화 시키기도 한다. 각각은 재미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절대 대중성에 부합하기 힘든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확실한 장점이 곧 이 영화의 최대의 단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런 차별적인 시도는 꽤 의미있고 즐겁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극영화로서 이야기의 일관성을 조금 더 부여할 수 있다면 이원석 감독의 다음 작품은 꽤 멋진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시영이나 오정세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이시영이 아주 폭발적인 연기의 힘을 보여주는 배우는 아니지만 그녀의 복싱처럼 성실함이 느껴진다. 오정세는 그 동안 꽤 관심있게 본 배우는 아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 동안 조연이 많았고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 중 본 작품이 많지가 않다. 다음이 또 기대되는 배우인 것 같다. 스타성으로는 이 영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연기는 분명 적합했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의 중반부터 와이프는 잠들었다. 로맨틱코미디에서 여심을 잡을 수 없는 영화라확실히 대중성과는 거리가 좀 있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