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정보프로그램에서 7번방의 선물을 소개하면서 세일러문 가방 때문에 한 아빠에게 맞는 주인공 용구의 모습이 나왔었다. 그 장면을 보고 이 영화는 딱 보기 싫었던 영화였다. 한없이 약한 아빠를 비극적인 상황에 계속 집어넣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보기 싫었던 또 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나 또한 한 딸아이의 아빠이기에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에 동화되는 이유는 캐릭터와 상황에 자기자신을 대입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였다면? 내가 저 상황에 처했다면? 이라는 가정이 계속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딸아이를 그러한 비극에 대입하는 것 자체가 꽤 불편했다. 그럼에도 와이프와 장모님의 강한 의지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슬픔이라는 감정을 잡아내는 방법 중에 가장 손쉬운 방법은 착하거나 약한 주인공을 말도 안되는 불행과 조우시키는 방법이다. 역시 이 영화는 시종일관 주인공인 예승의 아빠 용구에게 그런 시련을 던져주고 결국 목숨까지 빼았는다. 이런 신파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또 따지고 보면 이 영화는 논리적으로는 도통 말이 안되는 영화다. 딱 봐도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용구가 범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나 예승이가 감옥에 들어오는 과정, 들어오고 나서 며칠을 지내도 누구 하나 찾지도 않고, 탈출을 위한 열기구도 현실적인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영화는 그렇게 따지고 보는 영화가 아닌 것은 알지만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니 도통 용구와 예승의 불행에 동화되기 힘들다. 거의 같은 설정의 아이엠샘이 오히려 다큐처럼 느껴질 정도다. ( 파고 이라 ) 이 모든 비약을 커버하는 것은 류승룡을 비롯한 각 캐릭터들이다. 캐릭터의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부족한 현실성을 적절한 연기로 커버하고 이것이 이 영화의 거의 유일한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화자는 이야기구조가 아니라 연기라고 생각하면 훌륭한 연기로 영화의 엄청난 구멍들을 채워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운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었다면 꽤 많이 울었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 식사 후 예승이가 용구에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를 할 때 솔직히 소리내서 울뻔 했다. 상황적인 슬픔도 있었지만 자식에게 부모로서 들을 수 있는 가장 감동의 찬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어쩌면 용구보다 10배는 내가 똑똑하겠지만 내가 10배 더 좋은 아빠는 아닐 것 같다. 아니 용구보다 좋은 아빠라고 이야기하기 힘들 것 같다. 결국 이 영화는 아빠라면 그냥 무장해제 될 수 밖에 없는 영화다.

그럼에도 1,000만 돌파라는 결과는 영화의 만듦새를 볼 때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울고 돌아와 딸아이를 꼭 껴안았던 내 모습을 생각해 보니 치유의 힘이 그래도 이 영화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