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싫어하는 이유는 연애의 현실이 아닌 판타지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피엔딩이라는 예정된 결론을 그들도 우리도 알고 있기에 과정상의 갈등은 진짜 갈등이 아니다. 그런데 애정의 확인, 완성과 같은 예정된 결론이 도출되기 위해서는 중간의 갈등은 진지해서는 안되며 다소 귀여운 구석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주인공인 남,녀 주인공이 바닥으로 떨어져서는 안되고, 도리어 그런 갈등이 매력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우리 연애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찌질한 경험이 더 많지는 않을까? 현실의 대리만족, 근거 없는 판타지에 대한 소비, 바로 이러한 이유로 로맨틱 코미디를 싫어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연애의 온도는 많이 다르다. 주인공들과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못해 가장 찌질한 케이스만을 갖고 온 것 같다. 이 부분은 이 작품이 통상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확연한 차별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 모두는 현실에서 그런 연애들을 했거나 하고 있다. 과거의 그런 연애들을 통해 영화 속의 주인공들도 그리고 우리도 성장한다. 개인의 감정에만 매몰되어 지극히 이기적인 연애에서 상대를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능숙한 태도를 갖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숙한 자신을 영화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 유쾌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막연한 판타지에 대한 기대보다는 이것이 조금 더 연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상하게 이 영화를 보고나니 지금 연애의 상대에게 많은 것들이 미안했다. 그리고 조금 더 성숙한 연애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를 갖지 않을까? 


이 영화가 폭 넓은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지는 못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만큼은 달콤한 판타지를 꿈꾸며 쉬는 것을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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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