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tv에서 본 멤피스벨의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참혹해서 한 동안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장면은 격추되는 독일군의 비행기가 아군의 폭격기의 동체를 잘라버리고 아군의 폭격기 안에서 군인이 저 아래 지상으로 떨어지던 장면이었다. 뭐랄까?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그 장면이 너무나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아마도 그 시절의 난 그 장면에서 멋지게 적의 집중사격을 피해 적의 비행기를 격추시키고는 미소지으며 v자를 그려보이던 무스탕기만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 장면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영화의 시작에서 끝까지 멤피스벨의 팀원들은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그들의 행운의 물건들에 집착한다. -1초 후에 죽을 지도 모르는 전쟁의 상황에서 어찌 정상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영화의 가장 큰 사건인 그들의 귀향하기전 마지막 24번째의 출격은 더욱 그들의 불안감을 가증시킨다. 23번의 출격에서 살아돌아온 유일한 팀인 멤피스 벨 그들에게 마지막 24번째의 출격이 이전의 출격들과 별반 다르지는 않은 듯 하다. 마지막이기에 더더욱 그들은 삶에 집착하고 죽음에 불안할 수 밖에 없다.-이 얼마나 탁월한 선택인가?

 

이 영화에는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전부 그 전쟁의 와중에서 하나 이상의 결점들을 가지고 있다. 훌륭한 리더로서 팀을 이끄는 소대장 조차도 원래부터 그리 호방한 성격도 아니고 토마토 케찹이 터지자 자신이 맞지 않았음을 처절하게 절규한다. 나머지 팀원 또한 전쟁의 비겁자와 전쟁의 영웅 사이를 끊임없이 넘나든다. 그렇지 않겠는가? 누구든 상황마다 자신을 챙기기도 하고 전우를 챙기기도 하고...

 

영화는 공군을 다룬 전쟁물이라는 틈새 시장을 파고 들고 공중전과 폭격, 그리고 멤피스 벨이라는 영웅을 등장시키는 다분한 상업적인 수를 택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아주 잘 자리매김하고 있다. 젊은 날의 우리들이 전쟁에 그 포화의 중심에 선다면 저렇지 않겠는가? 끊임없이 떠들고 불안해하고 괜히 허세 부리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돌아서고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희생하고 그렇지 않겠는가? 적절한 자리매김과 멤피스 벨이라는 팀의 캐릭터는 모두 우리의 모습이라는 강한 동화력을 갖는다. 그리고 영화는 재미있다.^^

 
2000년 11월 14일 작성한 글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