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핫 이슈를 몰고 온 영화들중에 당연히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들어감에 이견을 개진할 사람을 없을 듯 싶다. 헐리우드에서 감독을 시작한 이래로 이안 감독에게 평단에서 그리고 흥행에서 와호장룡은 많은 성과를 안겨준 작품이었다. 더불어 미국과 영국을 위시한 서구의 극장가에서 거둔 놀라운 관심은 더욱 와호장룡의 성과를 드높이고 있다. 그 작품을 이제서야 본 것은 아마도 나의 게으름 탓이었으리라… …

 

영화는 무척이나 새로왔다. 지금까지 MAID IN HONG-KONG의 딱지를 달고 나온 많은 무협물을 보았지만 와호장룡은 그 작품과는 많이 달랐다. 그리고 그와 함께 중국 본토에서 개봉한 와호장룡의 흥행과 비평에서 실패했다는 기사가 오버랩 된다. 놀라운 비주얼과 남다른 구성이 이 영화의 최고의 미덕이지만 왠지 동양의 신비함을 팔아 먹은 것은 아닌가 하는 혐의를 감출 길이 없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중국 본토의 반응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영화의 캐릭터를 좀 살펴보려 한다.

리무바이(주윤발분)

영화속에서 가장 멋진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최고의 무술의 경지와 그에 버금가는 차분한 득도의 경지에 다다른 듯한 초월한 모습은 고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왠지 좀 어색하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이 전의 무협물의 고수는 실력과 함께 특유의 가벼움이 존재했다. 신용문객잔의 양가휘가 그랬고 동방불패의 이연걸이 그랬다. 그렇다면 그들과 리무바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리무바이는 바로 서구에서 이상화된 무협물의 고수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무술의 고수인지 성자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닌 이, 서구인이 상상하는 캐릭터가 바로 리무바이가 아닌가 말이다. 더불어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죽는 순간에 읆조리는 로맨티스트로서의 그는 서구에서의 신비로움에 싸여진 고수가 아니었을까?

 

수련(양자경분)

양자경 또한 이전의 캐릭터와는 분명히 다른 캐릭터 이다. 임청아와 같은 절대 고수지만 중성적이지 않고, 여성이지만 무협물의 남자 고수 옆에서 사랑을 받아 먹는 캐릭터가 아니다.-이 부분에서 무협물의 여성은 사랑을 먹는 캐릭터라는 도식이 아니라 이전 작품에서 그래 왔다는 점이다. 오해 없으시길…- 리무바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그를 이해하고 보조하는 현명한 여자 고수인 것이다. 동양의 여자 고수로서의 매력과 서구인이 바라는 여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을 공존하고 있는 캐릭터가 수련은 아니었을까?

 

, (장즈이, 창 첸 분)

영화가 상당히 젊은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두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용은 제도화된 동양적 억압를 벗아나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캐릭터이며, 창 첸은 신분적 상이함에도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다. 결국 둘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다른 버전의 커플이다. 이 부분에서도 서구의 시각을 벗어 던질 수가 없다.



물론 서구적 캐릭터는 무엇이고 동양적 캐릭터는 무엇인가? 라는 부분과 무협물에 동양적 캐릭터가 항상 나와야 하는가 라는 부분에서 이견을 제시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안이 그의 조국인 중국에 대한-물론 이안은 대만인이지만… …-가치관을 투영한 작품이 와호장룡이라고 할 때, 다분하게 캐릭터들은 서구적인 가치관에서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상당히 다양한 구성들을 포괄하고 있다. 리무바이와 수련의 애정에 비교되는 용, 호의 애정, 리무바이와 푸른 여우 그리고 용의 엇갈린 사제 관계, 전통적인 여자가 아닌 강호의 고수가 된 수련과 그녀를 동경하는 어린 용의 연대, 더불어 서구인에게는 신비함에 싸여 있는 강호의 신의와 우정등등이 그것들인데 이 부분에서도 다분하게 서구인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이상은 아니었던가 하는 혐의를 품게 된다.

무협물에서의 사부와 제자의 관계는 서구에서의 Teather student의 관계는 아닌 듯 하다. 후자의 관계가 지식으로 맺어진 관계라는 전자는 인생 즉, 삶에 의해 맺어진 관계이다. 푸른 여우와 용의 관계가 후자의 관계라면 리무바이와 용의 관계는 전자의 관계이다. 용이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음을 알고 푸른 여우를 인정하지 않고 더불어 푸른 여우보다 성장하기 위해 비술을 감추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사부와 제자의 관계는 아니다. 즉 단순한 테크닉에 의한 관계일 뿐이다. 하지만 리무바이와는 용에게 인생을 삶을 가르친다. 서구의 사제 지간과 동양의 사제 지간에 대한 비교가 아니었을까?

 

영화의 백미라면 리무바이와 용의 대나무에서 경공을 펼치며 대결하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이전 대결에서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라는 리무바이의 대사를 기억한다면 이보다 더 나은 대결 장소는 없을 것이다. 대나무 부드럽게 때문에 부러지는 않는 대나무는 바로 동양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장면은 실로 놀라운 비주얼을 보여주지만 서구인이 보고 싶어하는 그 이상의 것은 아니지 않을까?

 

영화의 무술 대결 장면은 이전의 무협물과는 많이 다르다. 이전 보다는 조금더 현실적이라고 할까? 경공이라 함은 공중을 나는 것이 아니라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점프해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 경공을 잘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와호장룡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한 장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술 감독이 원화평이다. 매트릭스에서 서구의 관객을 열광시킨 그다. 서구인의 수위에 맞는 무술들이 아니었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용은 무당산의 저 아래로 몸을 날린다. 임청아가 이연걸을 남겨두고 몸을 날린 것 처럼… … 그 의미는 무엇일까? 그녀로 인해서 죽은 리무바이에 대해서 그리고 그녀로 인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수련에게 그녀를 애타고 찾고 있을 부모님에게,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호에게 신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법은 그것이었을까? 그것이 바로 강호의 신의와 우정을 그리고 삶을 가르친 리무바이의 가르침에 의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어른 말 안 듣고 그렇게 날 뛰면 결국은 비극이라고 치닫는다는 교훈이었을까? 아니면 전설처럼 사랑하는 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것이었을까? 아마도 작품에서는 리무바이의 가르침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선배와 영웅에 대한 존경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와호장룡의 메세지일 것이다.

 

와호장룡은 멋진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화면에서 펼쳐지는 현란한 초식과 경공을 따라가다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서구적인 무협, 서구의 가치관에 의해 탄생한 무협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인 어쩔 수 가 없다. 아니면 내가 첨 부터 영화를 잘못 보았거나… …

2001년 3월 10일 쓴 글: 그 때는 이 영화를 이런 시각으로 보았구나.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