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성 감독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은 상처받은 영혼들의 사랑이야기이다 . 남성과 가족에게 얻은 상처로 힘겹게 살아가는 유정 , 그녀는 상처가 자신의 몸에 씌어진 그 순간 세상을 향한 모든 꿈과 희망을 지워버린다 . ‘ 새로운 시작 ' , ‘ 희망 ' 의 낱말과 등가 되는 아침이 그녀에게는 그래서 가장 힘든 시간이다 . 세상에 대한 상처를 애써 보듬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지만 결국 또 삶의 가장 밑바닥으로 던져진 윤수 , 사형을 언도 받은 그 또한 희망과 꿈은 없다 .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은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존재 ( 혹은 가장 비참하다고 생각하는 ) 들의 사랑이야기이다 . 그리고 그 사랑이야기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기 보다는 서로간의 상처를 보듬으며 탄생한 희망에 관한 이야기 이다 . 영화는 서로 너무 다른 그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교감하며 결국은 사랑하고 그 사랑을 통해서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희망을 꿈꾸었기에 유정은 그녀의 어머니를 용서하고 , 윤수는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거두고 유정을 사랑한다 . 인간으로서 가장 참된 지점까지 나아간 그 순간 윤수는 사형을 집행 당하게 되고 유정은 그런 윤수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 .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은 상처 받은 영혼들이 사랑을 통해 삶에 대한 긍정적 차원으로 나아가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썩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 ( 물론 원작 자체에서의 힘에 기댄 바 크다고 생각되지만 )

 

더불어 영화는 송해성 감독의 이전 작품인파이란 ' 과도 대단히 흡사한 정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 인생의 마지막까지 떨어진 강재가 파이란을 통해 진실한 사랑을 배우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순간에 죽음을 당하는 과정은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과 크게 다르지 않다 . 파이란이 노래하는 비디오를 강재가 죽기 바로 전에 보는 장면과 윤수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고 적은 유정이 희미하게 찍혀 있는 사진을 영화의 엔딩에 보여주는 방법까지 두 영화는 꼭 닮아 있다 . 결국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파이란 ' 의 새로운 변주다 .

 

- 천사의 목숨을 뺐다

 

 영화가 나오기 전에 벌써공 지영 ' 작가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은 꽤 관심을 얻었고 다양한 논쟁이 진행된 것으로 기억한다 . 그 관심과 논쟁의 핵심에는 현행법 상 최고형인사형제도 ' 에 대한 찬반이 자리잡고 있었다 . 한 개인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제도와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사형제도는 양 극단에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나름의 의미성이 있기에 그러한 논쟁은 그 동안 계속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 송해성 감독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 작가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에 당연히 영화 속에서도 사형을 가장 나중에 둠으로써 극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은 한 남자와 여자의 멜로의 틀을 갖고 있지만 사형제도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위치한 다양한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 사형수의 일상 , 사형 집행관의 심경 , 사형수에게 살해 당한 자의 가족과 사형수와의 관계 등등이 그렇다 . 그 이야기들을 쭉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신의 죄를 모두 뉘우치고 세상 누구보다 착하고 순수한 영혼을 목 매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 즉 천사의 목숨을 뺏는 순간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 사람을 죽였지만 그 모든 것을 진심으로 뉘우친 천사를 죽일 필요가 있는가 ? 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다소 갈등하게 된다 . 사형제도가 가지는 범죄 예방과 사회 보호의 효과라는 다소 조직적인 가치관과 인본주의적인 생명존중의 가치관 사이에서 우리는 분명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은 한 편의 괜찮은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사형제도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의미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 아마도 그것이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의 가치일 것이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것들이 원작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

 
2006년 9월 30일에 쓴 글: 결혼을 하고 사회 생활 하느라 바쁘다 몇 년 만에 쓴 글.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