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필자의 방은 스타들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그 주인공들을 떠올리면 최진실(두 권의 일기에서의 청순한 그녀를 기억하는가?) 신해철(자유분망한 치기가 어렸던 그의 앨범 MY SELF) 마이클 제이 폭스 (나이키 농구화를 신고 스케이드 보드를 타고 현란한 몸짓을 보이던 그) 였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포스터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까지 무릇 당시의 내 또래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매일 밤 그 스타들과 조우했고 잠이 깨어서는 아쉬움에 가슴을 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알 수 없는 쓴 웃음이 묻어나지만 역시나 당시의 나는 꽤 진지했었고 꽤 진심으로 그들을 대했다.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대중문화의 중심에는 항상 이들, 스타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정서적 동감을 하는 팬으로부터 밤을 지새워 집앞에서 서성이고, 열정적으로 파란 풍선을 흔드는 다소 위험한 열정적인 팬들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스타들 중에는 몇 달간의 열정적인 인기를 얻고 사라졌던 스타도 있고 나이가 먹어감에 대중의 구미에 맞게 모습을 바꾸어 새로운 영역으로 포지셔닝을 하거나 이미지를 변화시킴으로써 지속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스타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스타들이 대중의 어떤 아이콘으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얼굴로 변화하며 혹은 지속하며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중에게는 강력한 우상과 판타지로서 존재하는 그들이지만 문화산업 안에서 대중의 추종과 판타지로 인해 스타는 일군의 강력한 권력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현대의 대중문화속에서 누구나가 스타가 될 수 있기도 하지만 누구나가 스타가 될 수도 없다. 다시 말해서 스타가 되고자 하지 않아도 어떤 트렌드 혹은 계기에 의해서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고 나름의 최선의 노력을 해도 스타가 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스타가 되는 과정에 있어서 꼭 필수불가결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미디어다. [허행량저 스타마케팅]이라는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되는가? 노출이 된다면 얼마나 주기적으로 얼마나 자주 노출되는가? 그 노출이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에 의해서 스타는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남일선수] TV 중계라고 하는 미디어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과연 스타가 될 수 있었겠는가? 더불어 그의 이러한 스타파워는 월드컵 이후 각종 방송매체와 신문매체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조성모]의 경우 [출발! 드림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운동신경을 보이고 이 과정에서 그만의 매력을 노출하면서 절대적인 스타로 발돋음 할 수 있었다. [GOD]의 전국가적인 인기는 육아일기라는 프로그램로 인해서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처럼 미디어는 스타창출의 가장 강력한 창구임에는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각 매니지먼트사와 기획사는 기필코 미디어에 자사가 관리하는 스타가 노출이 되기를 원하고 될 수 있으면 더욱 자주 좋은 역활로 노출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일단 [GOD]혹은 [조성모]급의 스타가 만들어졌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엄청나다는 점에 있다. [조성모]를 기획한 GM기획의 경우 [조성모] 이전에 채무가 18여억 정도가 있었다고 하는데 [조성모]가 스타가 되면서 모든 채무를 청산하고 300여억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 처럼 스타가 만들어지게 되면 그 스타를 중심으로 엄청한 수익이 따라 붙는다. 따라서 매니지먼트사 혹은 기획사들은 스타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가장 확실한 타겟인 미디어에 집중한다.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연예게의 로비, 비리사건은 바로 이러한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더불어 스타가 만들어지게 되면 그 스타가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은 무한하다. 그것은 모든 문화산업에서 가장 확실한 흥행의 요인이 바로 스타이기 때문이다. 일단 어떤 영역이든지 스타와 연결이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대중의 집중도가 달라지고 마케팅의 파워도 달라지게 된다.즉 모든 면에서 흥행이 수월해지게 된다.문화산업속에서 이렇게 스타의 파워는 막강하다.

 

매니지먼트사와 음반기획사는 이와 같은 단순한 스타만들기에서 현재는 더욱 전이된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일군의 스타포트폴리오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즉 한 명의 스타가 탄생했을 경우에 그 수익이 천문학적이다. 하지만 한 명의 스타를 만들기까지 소요되는 비용도 막대하기 때문에 여러 스타들을 보유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A라는 스타가 시장에서 실패했을 경우에 B라는 스타가 성공하면 A라는 스타의 실패로 인한 비용까지 회수가 가능한 것이 바로 스타포트폴리오의 이점이다.그 전형적인 스타폴리오를 실시하고 있는 기획사가 바로 [SM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 있다. 초기 [HOT] [SES]로 시작한 SM은 이후 [신화], [밀크], [보아]등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그리고 현재는 SM패밀리라는 사단으로 일컬어지고 있다.SM이 그 동안 시장에 런칭한 스타들이 거의 대부분 성공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SM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SM이 코스닥에 진입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현재의 대중문화안에서 스타는 바로 수익의 원천이자 가장 강력한 권력임에는 분명한 듯 하다. 이제 논의를 영화로 좀 좁혀보자. 영화에 있어서도 스타의 위치는 앞서 언급한 사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인지도가 거의 없는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와 우리가 익히 아는 [한석규], [송강호], [장동건]이 캐스팅된 영화에 대해서 경쟁력을 비교해 봤을 때 당연 후자의 영화가 경쟁력이 앞선다. 영화의 속성을 생각하면 이러한 스타의 파워를 절감하게 된다. 영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속성들 장르, 네러티브, 메시지, 특수효과, 영화의 배경 등이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전혀 검증이 가능하지 않다.검증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영화의 흥행규모를 알 수 없음은 당연하다.이 중에서 가장 검증된 요인이 바로 등장하는 배우다. 더불어 배우는 그 배우에 대해서 호의적인 입장을 가진 안정적인 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흥행을 어느 정도 보증할 수 있다. 때로는 스타의 인기도에 의존한 영화들이 기획되기도 한다.[엘비스 프레슬리]의 인기에 의존한 일군의 해변영화들이 그랬고 국내의 경우에는 [HOT]가 영화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또한 미국 스튜디오 시스템 시절에는 영화사에서 의도적으로 스타의 이미지를 정형화시켜 이를 계속적으로 영화속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마를린 몬로]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영화들은 배우가 영화를 보조하는 요인이 아니라 영화가 배우를 보조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즉 일단 초A급의 배우가 캐스팅이 되면 영화의 흥행력은 어느 정도 안정화된다고 할 수 있다.이렇게 영화의 리스크를 줄여 영화를 안정화시킨다는 점에서 스타는 매우 중요한 영화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영화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스타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하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다. 영화의 흥행력에 대한 검증의 거의 유일한 요소가 스타의 캐스팅 여부이기 때문에 투자사는 스타 캐스팅은 가장 중요한 투자결정 요인이 된다. 들리는 말로는 스타를 캐스팅하지 않으면 투자사는 절대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스타의 캐스팅 여부는 영화의 진행과 종료를 결정한다.이 같은 속성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투자사의 도리는 안정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고 이 안정적인 투자를 가능케 하는 것이 캐스팅이라면 투자사의 입장에서는 스타가 캐스팅 된 영화에만 투자를 하는 것이 확실한 투자방안이다.그런데 문제는 국내 영화에서 스타라고 할 수 있는 배우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는 점이다. A급 배우라고 할 수 있는 배우들을 꼽아보라.남자배우는 [한석규], 여자배우는 [심은하]...꼽아보면 열 손가락이 다 차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 일년에 제작되는 영화가 80편정도이고 신고된 제작사가 1000개 정도가 된다고 하니 절대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스타의 폭이 되지 않는다. 결국 캐스팅에 대한 경쟁은 지극히 가열될 수 밖에 없다.이러한 상황에서 [싸이더스 HQ]의 횡포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과 [시네마서비스], [강제규 필름]의 매니지먼트 사업의 진출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다.가장 비극적인 시나리오는 메이저급 영화사들은 자사 혹은 계열사의 스타배우들을 안정적으로 캐스팅하면서 안정적인 제작을 하고 수익을 얻는 반면 군소제작사들은 다 쓰려지는 상황이다.이것이 바로 영화에 있어서의 스타시스템의 맹점이 아닌가 한다.하지만 스타시스템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임에는 분명하다.어느 쪽의 입장에서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메이저 기업의 매니지먼트 사업의 진출은 산업환경을 적절하게 읽은 전략적 포석이며 군소 제작사의 캐스팅의 어려움은 안타까운 부분이다.이 부분에서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은 홍콩영화가 될 것이다. 과거 홍콩영화는 아시아권에서 통용되는 스타들을 보유하고 있었다.주윤발, 장국영, 그리고 사대천왕이라고 불리던 스타 유덕화, 장학우 등의 스타들과 왕조현, 매염방, 장만옥 등의 매혹적인 히로인들...하지만 그들은 스타이미지의 남발과 스타에만 기댄 영화들을 통해 자멸을 초래했다.물론 현재 한국영화를 보면 그런 경향은 없다고 해도 좋다.스타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스타의 이미지에 기댄 영화들은 전혀 없다.그렇지만 역시 스타시스템에 대한 맹신과 스타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산업적 환경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들게 한다.

 

결국 답은 현재 영화시장이 개인당 영화관람율이 3-4편으로 증가해 시장이 확대되거나 스타가 없이도 흥행을 하는 영화들이 많이 출연함으로써 어떤 선례를 남기고 시장에서 스타시스템만이 아니라 영화자체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창출되어야 한다.[집으로... ]같은 영화들이 많이 시장에서 성공해서 스타가 없어도 흥행이 가능하다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블럭버스터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할 것이며 작으면서도 알차게 수익을 뽑아낼 수 있는 영화들이 기획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결국 프리프로덕션에 대한 면밀한 준비와 시나리오 개발단계 상의 주목으로 이야기는 귀결되는 듯 하다.관객은 단순하게 영화속에서 스타만을 기대하지는 않는다.정말 영화자체로 좋다면, 영화자체의 매력이 넘치면 관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반면 초호화 캐스팅이어도 영화자체가 함량미달이면 관객은 확실하게 외면할 줄 안다.[긴급조치 19]가 그랬고 예전 홍콩영화가 그랬다. 더불어 좋은 영화들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또 다른 스타가 되어 한국영화의 스타의 폭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스타들에만 의존하는 마케팅 기법들은 조금더 영화와 친밀해져야 한다고 본다.누구와 누구와 캐스팅 되고 개봉즈음에서 각종 매체에 패널 혹은 게스트로 배우들을 출연시켜 붐업하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와 친밀해져 영화의 강점을 나름의 이미지로 전파할 필요가 있다. 즉 영화마케팅은 홍보가 아니라 잠재관객의 인식속에 관람전에 영화를 창조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영화를 떠올릴 때 주인공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어떤 확연한 이미지가 그려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마치 데이빗 아커가 언급한 브랜드 개성과 같이 말이다.물론 그 이미지는 소비자의 관람을 독려하는 이미지여야 할 것이다.마케팅은 단순한 홍보가 절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필자가 마케팅을 공부하고 있고 필자의 꿈이 마케팅 마인드를 가진 프로듀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타에 대한 생각에서 꽤 의미가 진척이 되어 이곳까지 진행이 되었다. 누군가는 현재의 스타시스템이 헐리우드처럼 단순한 시대적 흐름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홍콩의 경우도 단순한 시대적 흐름이었던가?

아직 확언을 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모습은 스타가 존재하면서도 스타에 휘둘리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제 여기까지 진행된 부분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들과 경솔한 논리의 진행을 바로 잡아 줄 일침을 기대해 본다.


예전에 풍류일가 컬럼리스트 활동할 때 썼던 글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