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래에 대한 예측

모든 비즈니스에 있어서 최고의 왕도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몇 번을 생각해 본 끝에 내린 결론은 바로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필자가 생각한 것도 아니고 엘빈 토풀러를 대표로 한 여러 미래학자들이 아주 이전부터 시도했으며, 마이크로 소프트 등의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통해 현재의 성공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굴지의 기업과 초우량의 글로벌 기업들 또한 자사의 기업에 내,외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예측을 통해 크게는 기업차원의 전략을 설정하기도 하고 작게는 기업의 새로운 브랜드, 제품, 서비스에 대한 시장 진입 전략은 물론 프로모션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예측이 어느 누군가가 이렇게 변화될 것이다 혹은 이 제품은 성공할거야 라는 식의 순전히 감각에 의존한 예측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즉 점쟁이에게 점을 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때론 이러한 감에 의존한 예측이 실재로 정확하게 들어맞는 경우도 있으며, 전문가의 견해는 때론 중요한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매번 모든 사안들을 한 개인 혹은 집단의 감에 의해서 결정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큰 리스크를 포함하고 있기에 과학적인 비즈니스에서 지향할 방향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비즈니스 조직들은 과학적이고 근거를 가진 예측을 하기 위해 다양한 툴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비즈니스 조직 안의 마케팅부서에 있어서 이러한 예측의 하나의 방법이 바로 마케팅조사라고 할 수 있다.

 



2) 마케팅조사란?

안광호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마케팅 조사란 마케팅의사결정상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객관적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로 가공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마케팅조사는 마케팅담당자들에게 마케팅의사결정에 필요한 제반 정보를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성공확률을 높여주는 것이다. 마케팅 조사를 통해 미래에 대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고 의사결정을 정확하게 해, 결국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마케팅 조사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케팅조사는 수학, 통계학의 발전 그리고 최근의 인터넷을 대표로 한 IT기술의 발달을 통해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그렇다면 과연 원론적으로 살펴본 이러한 마케팅 조사가 영화마케팅에 있어서는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까? 쉬운 문제는 아니다.그것은 바로 영화라는 특수한 상품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3) 영화상품의 특수성

마케팅조사를 영화마케팅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는 것은 전설한 바와 같이 영화상품이 일반 유형의 소비재, 무형의 서비스 상품과 다르기 때문이다. 기능적 효용은 보다는 쾌락적, 정신적인 효용만이 존재하는 것이 영화상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영화에 대한 태도의 파악이 힘들고, 서비스제공자와 서비스제공 장소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영화가 개봉되는 모든 극장의 서비스를 영화제작사에서 관리할 수 없다) 전체적인 관리가 힘들다. 이 같은 영화상품의 특수성은 다음과 같은 상이함으로 인해서 마케팅조사의 적용을 어렵게 한다.

 

-상품 구성요인들의 불확실성

일반적인 제품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적의 효용이 무엇인지 판단이 쉽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의 경우에는 디자인, 성능, 기능, 브랜드 등의 선호도를 통해 개별 제품의 최적 효용이 무엇인지 판단이 쉽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구성요인들의 선호도 파악이 대단히 힘들고 결과 또한 불확실하다.영화의 구성요소들을 살펴보면 굉장히 다양하다. 배우, 감독, 장르, 네러티브, 특수효과, 촬영기술 등의 내부적 요인들로부터 제작사, 배급사, 제작국가, 영화제 수상여부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별 요인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선호할 수 있는 최적의 결과물을 도출했더라도 이들이 조합된 전체 영화상품의 선호도는 최저의 상태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요인들과 전체 영화상품의 선호도를 예측하는 마케팅조사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쾌락적, 정신적 효용과 수용의 상이함

영화상품에 대한 태도 즉 간단하게 영화가 좋다 나쁘다의 판단은 개별 소비자의 정신적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더불어 이를 형성하는 자극 또한 정신적 영역에서 이루어진다.그렇기 때문에 실제적인 계량화가 어렵게 된다.또한 형성된 영화에 대한 태도가 단순하게 영화자체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인지, 개별 구성 요인들의 강력함에서 기인한 것인지, 영화관람 장소 혹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계량화가 더욱 어렵다.더불어 동일한 부분에서 각 소비자의 영화에 대한 경험, 판단에 따라 수용이 상이하기 때문에 더욱 마케팅조사의 적용이 어렵다.

 

-단기의 제품수명주기

영화상품의 제품수명주기는 다른 제품에 비해서 대단히 짧다. 롱런하는 작품이라도 5개월을 넘기는 것이 힘들다. 따라서 일반 제품과 같이 시장에 런칭 후에 다시 마케팅조사를 하고 이 결과를 통해 새로운 마케팅전략의 수립이 어렵다., 개봉 시점까지 잘못된 마케팅전략을 실행해 왔다면 이의 수정이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마케팅전략을 통해 매출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봉 전 제품 자체 수정의 어려움

영화가 완성되고 마케팅조사를 통해 비호의적인 요인들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의 수정이 어렵다.만일 장르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아주 낮은 호의도를 보였다면 영화자체를 다시 제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 일반적인 제품이 시장 런칭 전에 시제품 테스트 등과 같은 마케팅조사를 통해 제품을 수정해서 다시 런칭하는 것과 달리 일단 영화상품은 크랭크 인이 되기 시작하는 순간 수정이 거의 어렵다고 할 수 있다.이 또한 마케팅 조사의 적용이 어려운 점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영화상품의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화마케팅에 있어서 마케팅조사의 적용은 대단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마케팅조사야 말로 영화상품의 천부적인 리스크를 줄이고 최적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며 결국 영화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마케팅조사를 진행할 것인가?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몇 가지 대안들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4) 기획, 마케팅의 결합

개인적으로 알고 있기로 영화의 기획은 프로듀서, 감독, 시나리오 작가 혹은 제작사 CEO이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다. 물론 기획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마케팅적 마인드를 갖고 기획에 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단계와 마케팅이 상호 분리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즉 현재 영화마케팅은 영화가 완성되고 난 이후에 그 결과물을 토대로 마케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다소 문제점이 있다. 즉 주관적인 판단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 향후 시장의 결과를 충분하게 검토하고 있지 못한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마케팅부서와의 연계를 통한 향후 마케팅전략을 염두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기획단계에서 마케팅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반응을 계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영화사 씨드원의 경우 최근 리턴2 제작에 있어서 일반 관객을 기획의 일원으로 참가시켰다. 일반 관객을 커뮤니티로 묶고 이들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모니터링, 캐스팅 의견, 영화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를 실제 기획에 반영해서 제작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의 결과가 향후 개봉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조사를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5) 시사회의 전략적 운용

일반적으로 시사회는 해당 영화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영화의 반응을 통해 마케팅전략, 배급전략 등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시사회는 단순하게 영화의 구전효과를 높이고, 붐업을 하기 위한 목적이 주요한 듯 하다. 하지만 조금만 면밀한 준비를 하면 실로 중요한 데이터를 시사회를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시사회에서 영화관계자, 기자, 매니아, 일반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평가를 좀 더 세밀하게 얻었으면 한다. 설문이 진행되는 시사회의 경우 단순하게 영화가 좋다, 나쁘다의 의견만을 파악하는데 필자는 조금 더 면밀한 설문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해당 영화별 구성 요인 개별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 영화의 경쟁우위, 영화에 대한 관객의 평가 등과 가능하다면 이후 이들이 구전효과를 벌이는 채널(예를 들면 특정 웹사이트라던가? 어느 지역이라던가? 대상이라던가?)을 조금 더 세밀하게 얻었으면 한다. 이 결과는 향후 마케팅 전략의 수립에 중요한 그리고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더불어 몇 차례의 대상을 달리한 시사회를 통해 영화관계자, 기자, 매니아, 일반 관객들의 결과가 얻어지면 목적에 따라 상이한 마케팅활동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6) 웹사이트의 전략적 운용

대부분의 영화사는 자사의 기업홈페이지를 갖고 있고 향후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해당 영화의 홈페이지를 오픈한다. 그런데 이 홈페이지들이 단순하게 일방향적인 정보의 전달만을 하고 있다.웹의 목적이 인터렉티브한 소통이라는 기본적인 점에서 단순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웹사이트에 방문하는 유저들의 의도와 행동을 이해한다면 더욱 마케팅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간단하게는 웹을 통한 설문이 있을 수도 있으며 좀 더 세밀하게는 웹로그 파일의 분석, 해당 사이트의 유저들의 방문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필자가 운영하는 개인 사이트에서도 방문하는 유저들이 어디 어디에서 주로 글을 쓰고 필자의 사이트를 방문하기 전에 어느 사이트에서 방문했는지 알 수 있다.(오해가 있을 듯 하여 말씀드리지만 단순한 수준이라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이를 통해 유저들이 좋아하는 영화의 컨텐츠는 무엇인지? 어떤 정보를 통해 웹사이트를 방문했는지? 등을 알 수 있다.가능하다면 필자의 사이트에서 넘어서서 유저들의 동의에 기반한 나이, 직업 등과 같은 정보들을 함께 수집한다면 온라인 마케팅은 물론 향후 마케팅활동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는데 적용가능성과 효과에 실무에서는 어떨지는 모르겠다. 이 글을 접하시는 실무에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논리의 어설픔을 바로잡아 주시기를 기대해본다. 필자가 천성적으로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과 영화에 대한 선견지명이 부족해 나름대로 불확실성과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사고하다 보니 결국 영화마케팅에서의 마케팅조사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다.더불어 영화는 창작자의 예술적 의지 혹은 나름의 신념에 의해서 탄생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 글에서 필자는 단순하게 영화를 하나의 상품으로만 개념 정리를 하고 그 안에서 산업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예술로서 그리고 인간의 창의적 소산물로서 영화를 대하는 분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싶다.

이때만 해도 마케팅리서치로 밥 먹고 살지는 몰랐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