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마케팅은 사기다?!

  예술영화공부를   위해 러시아 유학 중이던 L씨는 연일 공중파와 신문지상을 장식하는바즈 루어만감독의물랑루즈를 보게 되었다. 아직 사회주의의 분위기가   존재하는 그곳에서 화려한물랑루즈마케팅의 힘은 이색적이고도 강력했다고 한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극장문을 나서며 L씨는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영화마케팅의 과정에서 사용되었던 대부분의 것은물랑루즈와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것이었고, 단순하게 대중의 관심을 중폭시키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마치 순수한 사회주의 소년을 매혹적인 브론디가 유혹하듯이 그 중심에는 야릇한 미소와 아슬아슬한 자태로   예비관객을 도발하는니콜 키드먼이 있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가정주부 J씨는 신문을 비롯한 각종지면, 공중파,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 보여지는 영화 광고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느 영화들을 봐도 재미없는 영화들은 없는 듯 하고, 시끌벅적한 광고를 보다보면 가십기사를 접하는 것만 같다. 더구나 영화광고에서 보여주는   영화소개 및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영화를 보러가면 늘상 실망만을 안고 돌아오곤 한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광고를 믿지 않는다.   이제 그녀는영화마케팅은 사기다” 라고 생각한다. L씨와 J씨는 영화를 치열하게 학습하고, 한 관객으로서 영화를 삶의 중요한 문화로 향유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영화마케팅 과정의 정보를 통해서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지만 관람 후 해당 영화에 실망한 경험들을   갖고 있다. 지속된 실망의 상처는 이제영화마케팅은 사기다라는 고정관념을 만들어내었다. L씨와 J씨는 현 영화시장의 관객 중에서 아주   특수한 사람들일까? 물론 그럴지도 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서 연일 계속되는 영화마케팅 활동들을 한번 살펴보자. 신문에 올려진 영화광고에는   이 영화야 말로 최고의 영화라는 카피와 함께 옆에 무슨 신문사 기자, ID로서 표시되는 네티즌의 영화에 대한 칭송을 담고 있다. 그리고   어느 영화가 개봉될 즈음에는 각 토크쇼에 주연 배우들이 무더기로 등장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배꼽 빠지는 토크와 개인기의 향연을   펼친다. 더불어 영화와는 그다지 관계없는 가십거리 전달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영화마케팅은 단기전에 동원가능한 모든 화력을 쏟아 붓는 총력전이다. 오직 목적은 영화에 대한 인지도와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관람욕구의 증대를   통한 실제적인 관람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세하게 영화의 내용과 영화의 세계관 및 감독의 연출의도와 같은 영화속 정보를 전하는 것보다는   말초적이고 효과가 큰 정보를 가공해서 전달하거나, 주연배우들의 지속적인 출연을 통해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더불어 와이드릴리즈배급전략의   일반화는 개봉 첫날 흥행스코어가 영화의 운명을 결정하게 되었기에, 현재의 영화마케팅은 개봉 당일 관객 수치의 최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과연 거기에서 영화마케팅은 소임을 다한 것일까? 기대에 가득 찬 눈망울울 하고 극장 안으로 들어간, 자랑스러운 영화마케팅의   결과물인, 관객은 극장 문을 나서며 분노와 배신의 화신이 되어 악의적인 구전의 불길을 날리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인지도와 관람욕구를 높이면서도   관람 후 호의적인 구전은 증가시키고, 악의적인 구전은 약화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2. 영화선택-관람의도형성-관람-평가 과정에서의 기대

  기대(期待   , expectation)란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어떠한 현상이나 사건 등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기다리는 행동의 준비상태라고   한다. 그런데 소비의 과정에서 이러한 기대의 개념은 항상 긍정적인 예견을 수반하게 된다. 즉 초기 구매결정을 위한 정보탐색과정에서 제품   및 서비스의 구매 후에 소비자가 지급하는 재화에 상응하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것이라 긍정적인 예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불만족할 것을 알면서 구매하는 경우는 절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 전에 소비자는 자신의 구매 후 결과가 긍정적이라   예상하는 것처럼 영화상품을 구매하는 관객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재미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예상을 하는 것이다.

 

만일 정보탐색과정에서 구매를 결정할 정도의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영화는 선택대안에서   제외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영화를 선택할 것인가? 혹은 선택하지 않을 것인가? 즉 영화관람의도를 결정하는 기대수준은 어떤 요인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가? 이는 영화와 관련을 맺는 모든 요인들이 된다. 해당 영화의 감독, 주연배우, 특수효과, 네러티브, 장르, 구전효과 등등   모든 것이 기대수준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에 얼마만큼의 가중치를 주느냐 하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다. A는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의   차기작이기 때문에, B SF 영화라서 어떤 영화의 관람을 결정하는 것과 같이 각 영화에 기대하는 정도와 이유가 다르다.


 

 

  영화의 관람 전 잠재관객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많은 영화들의 정보 및 다양한 마케팅자극과 접촉하게 된다. 이 접촉의 과정에서 기대수준이   상승하게 되면 관람의도를 형성시키고 향후 관람을 하게 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의 개념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기대의 영향이   이후에 발휘되게 된다. 기대수준이 상승해서 관람의도가 형성되어, 영화를 관람하게 된 관객은 이후 실질적인 서비스, 제품 소비행위인 관람이라는   행동을 경험하게 된다. 관람이라는 경험 동안 관객은 그가 관람이전에 형성된 기대수준을 현재 자신이 경험하는 영화가 만족시키는지 검증하게   된다. 그리고 극장 문을 나설 때, 자신의 기대 수준에 대해서 영화의 만족도는 얼마인지를 결정한다. 이때 자신의 기대수준보다 더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면 향후 그 관객은 호의적 구전세력이 될 것이며, 기대수준보다 만족도가 낮다면 아주 열정적인 악의적 구전세력이 될 것이다.

 

 

  기대개념에 대한 중요성은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호의적인 구전을 행하는 것보다 악의적인 구전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영화에 만족한 관객이 호의적인 구전을 행할(적극적으로 영화에 대한 호의적 평가를 주변사람에게 전할) 비율은 영화에 불만족한 관객이 악의적인   구전을 행할(적극적으로 영화에 대한 악의적 평가를 주변사람에 전할) 비율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 또한 기대수준에 비해서 만족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호의적 구전전을 행하는 적극성이 높아지고, 기대수준에 비해서 만족도가 낮을수록 악의적 구전을 행할 적극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기대라는   개념은 영화의 개봉 후의 반응 및 현상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기업들은 이러한 기대의 개념을 아주 절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즉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의 능력보다 낮은 수준의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듯이 마케팅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제품 및 서비스를 기대하고 온 소비자는 훨씬 높은 만족도를 얻게 됨에 따라 해당 제품 및 서비스에 높은   충성도를 갖게 됨은 물론 호의적인 구전들을 곳곳에 퍼트린다.

 

3.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마!

   선 서론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지도와 관심만을 증폭시켜 관객의 증대를 꾀하는 현재 영화마케팅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했다. 물론   인지도를 높이고 영화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는 것은 모든 마케팅의 가장 기본이다. 하지만 영화마케팅 활동 과정에서 관객의 기대가 형성되고,   이 기대는 실제 관람에서 만족도에 따라 구전효과를 결정하게 된다. 이와 같은 전체 과정을 조망하면 단순하게 호기심과 인지도만을 높이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문화상품에 있어서 구전효과의 중요성은 이제 절대적 진실의 수준이며, 인터넷 및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서 관객   하나하나가 강력한 정보발신자가 되어 구전효과의 위력 및 파장은 더욱 강력해졌다. 더구나 전문가의 평가보다도 자신과 동질적인 입장의 일반   소비자 및 관객의 의견이 더 신뢰성 있게 받아들이는 현상까지 감안한다면 영화관람 후의 상황까지 고려하는 토털마케팅이 필요하지 않을까?

 

   작년 재앙이라고 까지 이야기 되었던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아유 레디가 아주 적절한 예라고 생각된다. 100억이 넘는 이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은 한 작품은 액션신비극이라는 이름의 액션블럭버스터로 그리고 한 작품은 어드밴쳐 영화로 마케팅 되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되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액션블럭버스터가 아니었다. 장선우감독식의 B급영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영화였다. ‘아유 레디의 경우는인디아나존스   비교하며, 한국 최초의 어드밴쳐물이라고 마케팅했지만, 실제 영화의 내용은 다소 무거운자아찾기였다.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영화관람 전에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아유 레디는 영화마케팅으로 형성한 관객의 기대를 철저하게 져버리고 있었다. 그 이후에 어떤 평가가 내려지고, 어떤 구전효과가 형성될지 그리고 향후 흥행스코어가 진행될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그 동안 영화마케팅은 관객들을 극장 앞에 세우고 그들이 영화 티켓을 끊게 하는 순간 그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싸움은 그 이후에 존재한다. 마케팅활동을 통해서 해당 영화를 선택한 관객이 영화를 경험하며, 자신의 기대와 만족도를 비교하는   순간 그리고 하나의 개인방송국 되어 구전의 전파를 날릴 때까지 그 소임은 연장되어야 한다. 대박영화는 정말로 영화가 훌륭하게 나왔을 때   가능하다는 말은 맞다. 그에 따라 어쩌면 영화마케팅은 영화가 대박이 나면 소외되었다고 외치고, 영화가 잘못되면 영화가 나빠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 것은 아닌지... 대박영화라면 최고의 정점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영화마케팅의 소임이며, 영화가 썩 훌륭하게 나오지 않았다면 매력적인 요소를   찾아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영화마케팅의 소임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마케팅은 영화라는 상품을 포장하는 것이라 한다. 물론 다소 파편화 된 하나의 영화를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것은 중요한 영화마케팅의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영화마케팅은 가이드라는 점이다.’ , 영화와 만나게 될 관객들을 영화로 인도하고 그들이 영화와   대화하게 하는 가이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하면 영화로 여행하고자 하는 관객에게 영화를 잘 소개할 수 있을까? 가이드가 한 말에 따라 여행지가   확연하게 달리보이는 것처럼 영화마케팅에 의해 관객이 영화와 대화하는 방법 및 태도 또한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관객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 그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진실해야 할 것이며, 누구보다 영화에 대해 완벽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즉 가십과 흥미 위주의 사실들을   통해 단순한 호기심만을 증가시키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이며, 마케팅 하는 영화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해, 그 영화의 매력을 통한 정확한   마케팅컨셉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l현재 영화마케팅은 어느 덧 제작비에 버금가는 비용의 위용을 자랑하며, 날로 화려해지고 있다. 경쟁의 치열해지고, 시대의 흐름이라는 말에   그 비용의 책임을 전가하기 보다는 영화마케팅 자신의 힘으로 그 비용에 책임을 져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이런 생각에서 시작해서 논문까지 쓰기는 했다. 참 많이도 부족한 논문이어서 문제지만...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