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는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는 영화다. 현실에서 단순하게 이야기를 차용하는 것에서 넘어나 극의 마지막에는 현실의 정보(범인의 실제 목소리와 몽타쥬)를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관객에게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즉 현실과 다큐를 넘나들고 다큐로 끝을 맺고 있다.



실제 범죄사건을 그것도 미제로 남아 있는(범인이 검거되지 않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그놈 목소리 말고도 살인의 추억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크게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그놈 목소리는 살인의 추억과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하지만 살인의 추억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현실에 개입하고자 한다. 살인의 추억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통해서 권력과 시대상을 폭넓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놈 목소리는 사건과 범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 좀 더 직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극적인 재미에 있어서는 다소 살인의 추억보다는 떨어지지만 메시지가 직접적이고, 다큐적이라는 점(실제 범인의 목소리와 몽타쥬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놈 목소리의 강력함이 있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메시지가 직접적인 영화들은 다소 뻔하다는 점에서 재미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가 직접적으로 현실에 참여하고 그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를 해야한다는 관점에서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가진 영화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 때 세상속에서 영화의 기능, 목적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예술로의 영화,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구로서의 영화 크게 2가지로 나누었던 것 같다. 지금 보다 더 어렸을 때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구로서의 영화의 힘에 더 매료가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예술로서의 영화의 가치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영화는 관객과 소통하고 그들의 기억과 마음, 나아가 가치관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극장에 개봉되는 순간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퇴행적인 세계관을 갖는 영화들을 볼 때면 불편하다.

 

그놈목소리는 단순해서 좋다. 영화가 현실에 참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고, 해당 사건의 감정이입을 통해 사건을 이슈화 시키고(어쩌면 범인이 검거 될지도 모르지 않는가?) 나아가 공소시효에 대한 담론까지 이끌어내고자 한다. , 허구라는 자장안에서의 모든 장치는 결국 관객의 사건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위해 달려간다. 영화적으로는 크게 매력이 없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가상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음 목소리는 실제 범인의 목소리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이 목소리 또한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공소시효에 대한 찬반 토론도 늘어갈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그놈 목소리는 세상에 변화에 일조할 듯 하다.

아빠가 된 이후에는 참 이런 영화 보기가 힘들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