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레이미의 스파더이맨 이후 이야기도, 이전 이야기도 아닌 동일한 선상에서 시작하는 리부트. 확실히 시작부터 리스크가 너무 크다. 새롭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한데다 나름 잘 만들어낸 전작들과 비교부터 시작될 테니까그냥 아류에 머무를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샘 레이미의 스파더이맨보다 더 재미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원작에 더 가까운 정통이며 토비 맥과이어가 조금 더 피터 파커에 가까운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가볍지도 그리고 진중한 것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과 도통 애정을 갖을 수 없는 피터파커 자체의 성격 탓에 내 취향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조금 더 하이틴로맨스물에 가까운 가벼움이 존재했고(트와일라잇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피터 파커는 훨씬 쿨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이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보다는 조금 더 내 취향에 가까웠다는 점도 영향이 있었으리라

스파이더맨에게 있어서 정체성의 중요한 분수령은 아마도 삼촌의 죽음일 것이다. 자신의 잘못과 어쩌면 그 잘못을 뒤집을 수 있었던 능력안에서의 갈등이 그를 스파이더맨으로 이끈 계기라고 볼 수 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이 부분 또한 무겁게 그려내기 보다는 가볍게 다루고 있지만(삼촌의 음성 메시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이 구성 또한 괜찮다 생각한다. 그리고 이 구성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전체적인 방향을 대변하는 구성이라 생각한다.

3부작의 스파이더맨 후의 새로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배트맨 시리즈처럼 철학적인 성찰로 넘어가는 히어로물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 같다. 최대한 스파이더맨을 경쾌하게 그려내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 또한 진지함을 고수하는 배트맨 스파이더맨과는 다른 방향이라 나름의 차별성을 갖는다. (슈퍼맨 맨오브스틸은 아마도 배트맨 다크나이트와 같은 분위기로 현재로서는 읽혀진다.)

원작에 대한 애정이 존재하는 이들에게는 아류작으로 취급될 가능성도 높지만 경쾌한 스파이더맨이 나에게는 더 즐겁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