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라이브를 보고...

설국열차가 개봉할 즈음에 한 영화가 항상 비교가 되었다. 하정우가 주연을 맡았지만 규모도 훨씬 작고 더구나 신인감독의 작품인 더테러 라이브였다. 당시 CGV의 상영관 장악 이슈와 맞물리면서 설국열차가 영화 외적으로 부정적인 도마에 올랐고 그 반대 편에 더테러 라이브가 있었다. 가성비가 월등하다. 독특하다 등등의 긍정적인 반응이었고 그로 인해 이례적인 흥행도 기록했다. 물론 외적인 그와 같은 상황적 요인이 더 테러 라이브의 성공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영화만 놓고 비교해 볼 때 더 테러 라이브는 꽤 잘 만든 작품임에 분명하다. (전달하는 메시지도 다르고 지향점도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설국열차 보다 절대적으로도 훨씬 흥미로운 영화라 생각한다) 

국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보다 네러티브의 힘이다. 공감가는 이야기의 전개, 디테일이 살아있는 구성이 한국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런데 더 테러라이브는 그와는 분명 차별화 되는 영화다. 어떤 설정 하나만 놓고 제한된 시간과 장소로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영화다. 물론 구성이 치밀한 것은 맞지만 그 이야기 구조가 지극히 서사적이거나 방대하지 않다. 바로 그 점이 더 테러라이브가 다른 한국영화와 차별화 되는 지점이자 가장 높게 평가 받는 부분이다. 

물론 이 영화는 하정우에 기댄 바가 크다. 거의 솔로에 가까운 하정우의 연기적 지배력이 영화 모두를 장악하고 그것이 이 영화를 흔들림 없이 끌어간 매우 큰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하정우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당대 최고의 배우를 통해서 이와 같은 결과를 끌어낸 신인 김병우 감독의 연출력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적 배짱이 탁월한 것 같다. 시놉시스나 시나리오만으로 보는 더 테러라이브는 솔직히 매우 빈 구석이 많거나 영화적 재미를 갖기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다. 결국 연기, 씬의 구성, 편집의 힘이 그 모자람 부분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고 기획 단계에 그 불안함을 끝까지 밀어붙여 잘 뽑아낸 것은 분명 대단한 내공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영화는 하정우에게도 신인 김병우 감독에게도 서로의 영화 인생에 회심의 일격과도 같은 작품이 되었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새로운 신인 감독의 출연이 반갑다. 색깔은 많이 다르지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류승완 감독의 재래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다음 작품은 조금 더 서사적인 이야기가 되었으면 싶다. 더 테러 라이브 보다는 조금 더 스케일이 크고, 공간이 넓어졌을 때, 그리고 더 다층적인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 김병우 감독의 연출이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는 참 미래가 기대되는 괜찮은 감독을 만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