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관은 유치하다. 그것은 최근 들어서 더욱 많이 느끼는 사실이다. 조성모의 연작 뮤직비디오 TO HEAVEN 가시나무 아시냐요 그리고 스카이의 영원등에 열광하는 난 참 유치한지도 모른다. 물론 그 유치하다는 말은 복잡한 내용들을 삭제하고 오직 감각적인, 일회적인 영상에 그 만큼 내가 집착한다는 말로 치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세상을 살아가며 복잡하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문제를 신경쓰며 산다는 것은 편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보다 더욱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므로... 때로는 그렇게 살아가도 속 편할 수도 있다. 분명. 그런데 요즘 그런 내 생각은 심각하게 고민과 안주 사이에서 요동하고 있다.

 

영화는 관객을 삶의 아픔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하는 수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이제 현실을 그리고 삶을 자신의 목소리로 진솔하게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라는 고민으로 바뀌었다. 그런 상황에 4월이야기를 봤다. 4월 이야기는 러브레터를 보았을 때의 느낌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러브레터의 그 절묘한 구성과는 다르게 관객의 심경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면이 가득차 있었다. 역시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것을 이토록 아름답게 만드는 이와이의 실력에는 혀를 내두른다. 그런데 역시나 이와이의 영화를 보고 내 첫사랑과 지나간, 다분하게 내 자신의 의식으로 잘못 오인된 추억들을 떠올리다가도 과연 사랑이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사랑이 고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와이는 마치 사랑에는 핑크빛 낭만만이 존재한다는 듯이 뿌연 영상으로 우리를 환상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한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들만을, 우리가 원하는 것들만을 보여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몽환적이라 함은 내가 오판하는 것일까?

 


예쁘고 청순한 우즈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적을 행한 그녀는 분명 예쁘다. 그리고 바보같을 정도의 청순미로 우리를 보는 그녀를 거부하기는 힘들다. 그녀가 하는 모든 행동은 하나의 그림 엽서화 된다. 심지어 그녀가 궁상맞게 혼자 밥을 먹는 장면도 왠지 사랑을 위한 하나의 고귀한 의식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 영화를 보고 우리는 분명 자신의 사랑과 그와 비슷한 기억들을 떠올린다. 남자들은 영화속 우즈끼와 같은 여자를 만나기를 바랄 것이고 여자는 아 저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구나 하게 한다. 그래서 아마도 한 동안은 행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우즈끼와 같은 여자는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다. 단순하게 우리는 삶의 질퍽한 골들을 거부하고 영화 속 세상에 기꺼이 자신을 던지게 된다. 우리는 바보가 되는 것인가?

 

역시 답이 안나오는 고민이다. 어쩌면 다분하게 자신의 의도로 조작된 추억이지겠지만 우리의 첫사랑의 추억은 아름답다. 더구나 그 또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전까지의 혼자만의 상상과 설레임 속에서의 일상은 정말 아름다울 것이다. 누구든지... 그 일상을 우리에게 선사한 이와이에게 감사해야 하는지 아니면 몽환으로 이끌어 우리를 바보로 만들었으니 욕을 바가지로 퍼부어야 하는지 요즘 내 고민은 영화라는 큰 축과 함께 난항이다. 그런 요즘이 나의 9월이다.

2000년 9월 26일에 쓴 글: 많이도 순수했구나 나...
Posted by honeybadger :